오전 동해, 오후엔 서울 상공… 美정찰기 2대 ‘매의 눈’ 北주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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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BM 발사장 새로운 활동… CNN “트럼프에 분명한 메시지”
미군에 3대밖에 없는 정찰기 띄워 양측 설전 이어 긴장감 고조
일각 “성탄절 전후 北도발 가능성”

미군 특수정찰기 RC-135S.
미군 특수정찰기 RC-135S.
북한 평북 철산군 동창리에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새로운 활동이 포착된 것은 북-미 양측의 거친 설전과 신경전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큰 파장을 예고한다. 북한이 다음 단계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이어지는 강력한 도발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6∼2017년 동창리에서 액체엔진인 ‘백두엔진’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화성-14형, 화성-15형 등 ICBM에 탑재했다. 그런 만큼 동창리의 움직임은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동창리의 이상 분위기를 보여주듯 6일 오후 북한 내 미사일 발사 등 군사 도발 관련 통신 정보 등을 수집하는 미군 특수정찰기 RC-135V(리벳조인트)가 한반도로 출격해 서울 등 수도권 일대에서 대북 감시 비행에 나섰다. 앞서 이날 오전엔 미군에 3대밖에 없는 정찰기 RC-135S(코브라볼)가 일본 열도 상공을 거쳐 동해로 출격하는 등 미 정찰기가 연일 한반도로 출격하고 있다. 북한을 사실상 포위하며 도발에 나설 수 없도록 밀착 감시하는 모양새다. 북한은 이에 앞서 이동식발사대(TEL)를 이용한 미사일 시험발사에 쓰는 콘크리트 토대를 전역에서 증설 중인 사실도 알려졌다. 북한이 북-미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을 앞두고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셈이다.

CNN은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해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곳의 해체도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동창리 발사장의 일부 시설에 대한 해체를 진행하자 이를 자신의 주요 외교 성과로 내세웠다. 이처럼 김 위원장이 직접 해체 의사를 밝혔던 곳에서 엔진 실험을 재개한다면 약속이 깨졌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될 수 있다. 북한은 이달 초 리태성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 담화를 통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정할지는 미국의 결심에 달렸다”고 위협했다. 이를 두고 북한의 도발이 크리스마스 전후에 일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이번 행보는 대북제재 완화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미국을 겨냥한 막바지 압박 움직임으로 보인다. 북한은 올해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한때 이 발사장의 복구 움직임을 보였으나 엔진 연소 실험 등 눈에 띄는 추가 활동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6일 “동창리 내 움직임이 최근 들어 가장 중대한 상황”이라며 “조만간 엔진 실험 등 실제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군에서도 동창리 일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 안팎에서도 이르면 올 연말쯤 ICBM 도발 재개 신호탄으로 엔진 추가 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동창리 엔진 시험장에서 기존에 완성한 액체엔진보다 추력이 더 개선된 액체엔진을 개발해 화성-15형(최대 사거리 1만3000km 추정)보다 사거리가 더 길어진 신형 ICBM 개발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미들베리 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비확산프로그램 국장은 서해 발사장에서 기존에 없었던 선적 컨테이너가 포착된 것을 두고 “북한의 활동이 더 위협적인 무기 발사로 나아가고 있다. 심각한 단계”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손효주 기자
#북한#미사일 발사#북미 비핵화 협상#동창리#미국#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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