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일부학생 친일 발언 지도” 주장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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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헌고 ‘정치편향’ 교사 징계대상 아니다” 면죄부 주고…
서울교육청 특별장학 결과 파장

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인헌고 정치편향 교육’에 대한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정문 앞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인헌고 정치편향 교육’에 대한 국정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정치편향 교육’ 논란이 제기된 서울 관악구 인헌고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특별장학 결과 일부 교사의 부적절한 발언이 사실로 확인됐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정치편향 교육이 아니라며 징계하지 않기로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일부 학생의 ‘친일적’ 발언을 지도하다가 나온 우발적 발언”이라고 말해 학생과 교육단체 등이 거세게 반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2일부터 한 달간 실시한 인헌고 특별장학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번 특별장학은 ‘인헌고 학생수호연합(학수연)’이 제기한 의혹 관련 진상조사다. 학수연은 일부 교사가 “조국 뉴스는 가짜다” “너 일베(극우 커뮤니티 사용자)냐” 등의 발언을 하고, 지난달 17일 교내 마라톤 대회에서 반일 구호 제작과 복창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시교육청 설문 결과 학생 441명 중 “조국 뉴스는 가짜다”와 “너 일베냐” 발언을 들었다는 응답은 각각 29명, 28명이었다. 마라톤에 참가한 1, 2학년 307명 중 97명은 “구호 복창을 강요당했다”고 답했다. 학생들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시교육청은 “교사의 일부 발언에 문제가 있었다”면서도 “징계 대상은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특정 정치사상을 지속적으로 반복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다.

이날 조 교육감이 별도로 발표한 입장문도 논란거리다. 조 교육감은 “학생들도 성찰해야 한다. 섣부른 신념화는 독선으로 흘러 자신과 사회에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학생의 ‘친일적’ ‘혐오적’ ‘적대적’ 발언을 지도하는 과정에서 (교사들이) 우발적으로 ‘일베’ ‘조국 뉴스’ 관련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기성세대로서, 교육자로서 충분히 이해되는 바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학수연 측은 교육감이 자신들을 ‘친일’ ‘혐오’로 낙인찍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학수연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상식적 행위에 정치적 살인을 하기 위해 학생에게 ‘친일’이라는 표현을 쓰는 조 교육감은 교육자의 자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조 교육감을 ‘정치공범’으로 지칭하며 “교육청은 가해자 인헌고와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학수연 대표 김화랑 군(18)은 “‘탈원전’ 행사에 학생을 동원하고, 학생을 일베로 몰고 가는 게 교사의 권한이냐”며 “다양한 정치편향 교육 사례를 제시했는데 교육청은 ‘반복적, 강압적’이 아니었다고 결론 내렸다”고 반박했다. 학수연은 23일 오후 3시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러 추가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시교육청은 정치 편향성 발언과 반일 구호 강요만 조사했다. 공교롭게 문제의 발언을 한 교사와 장학 업무를 맡은 시교육청 장학관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출신이다. 해당 장학관은 “최초로 접수된 내용에 대해서만 조사했다. 다른 내용까지는 검토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이 페미니즘, 동성애, 탈원전 등과 관련된 지속적인 편향 교육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지만, 교육청은 일부 내용만 조사해 사건을 제대로 규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교총과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등 교육 관련 단체 10여 곳은 인헌고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정치편향 교육 논란#서울 관악구 인헌고#특별장학 결과#친일 발언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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