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쌀딩크’, 불명예 퇴진 리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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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감독, 월드컵 예선서 엇갈린 운명

‘쌀딩크’ 박항서 감독(60)의 마법은 계속됐고, 세계적 명장 마르첼로 리피 감독(71·이탈리아)의 힘겨운 도전은 막을 내렸다.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14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G조 4차전에서 난적 아랍에미리트(UAE)를 1-0으로 꺾었다. 3연승을 달린 베트남은 승점 10(3승 1무)으로 조 선두를 질주했다. 아시아 최종예선에는 각 조 1위가 직행하고, 2위 8개 팀 가운데 상위 4개 팀이 참가한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97위 베트남이 UAE(67위)를 꺾자 베트남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하노이 밤거리에는 부부젤라(응원도구) 소리와 “박항서” 등을 외치는 팬들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베트남 국기와 태극기를 동시에 흔들며 기쁨을 표출한 팬들도 있었다.

이 경기는 박 감독이 베트남축구협회와 최장 3년 임기의 재계약(기본 2년+옵션 1년)을 맺은 뒤에 나선 첫 경기로 관심을 모았다. 박 감독의 연봉은 역대 베트남 사령탑 최고인 96만 달러(약 11억20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UAE전 승리로 베트남 대표팀은 자국 축구협회(10억 동·약 5000만 원), 후원 기업 등으로부터 포상금도 받게 됐다.

하지만 베트남 축구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박 감독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오늘 경기는 잊고 라이벌 태국과의 경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19일 안방에서 G조 2위 태국(승점 7)과 만난다.

반면 ‘축구 굴기’를 위해 중국이 야심 차게 영입한 리피 감독은 이날 시리아와의 A조 4차전에서 1-2로 패한 뒤 사퇴했다. 중국은 승점 7(2승 1무 1패)로 시리아(승점 12)에 이어 A조 2위를 기록 중이다. 리피 감독은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나는 패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2016년 10월부터 중국 대표팀을 지도한 리피 감독은 올해 1월 아시안컵 이후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월드컵 예선을 앞둔 5월 사령탑에 복귀했지만 또다시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사상 두 번째 월드컵 본선행을 노리는 중국은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 5회, 2006 독일 월드컵 우승 등의 경력을 갖춘 ‘명장’ 리피 감독에게 약 300억 원의 연봉을 주며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브라질 출신 공격수 에우케송을 귀화시키는 등 전력 강화를 위해 노력한 리피 감독이지만 약체 필리핀과 0-0으로 비긴 데 이어 시리아에 패하면서 궁지에 몰렸다.

이날 리피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를) 두려워하고, 투혼과 승리에 대한 의지가 부족해 감독의 계획을 수행하지 못하면 안 된다”며 우회적으로 중국 선수들을 비판했다.

중국 올림픽대표팀을 맡았던 거스 히딩크 감독(73·네덜란드)이 성적 부진으로 9월 경질된 지 약 두 달 만에 리피 감독까지 떠나면서 중국 축구의 사령탑은 ‘명장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박항서#마르첼로 리피#중국 축구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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