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北인권결의 공동제안 11년만에 불참… “美 불만 내비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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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加-EU국가 등 61개국 참여, 北 인권침해 ICC 회부 권고 내용
日은 초안작성 불참… 국제공조 균열
“北 눈치보는 저자세 외교” 지적… 외교부 “한반도 상황 종합적 고심”

유엔 총회 제3위원회가 14일(현지 시간) 15년 연속 북한의 인권 침해를 규탄하고 즉각적인 개선을 촉구하는 인권 결의안을 채택했다. 한국은 막판에 “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해 미국이 불만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공동제안국에서 빠진 것은 2008년 이후 11년 만이다.

외교부는 15일 설명자료를 내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비롯한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심한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해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인권 문제에 대한 대응 수위를 낮췄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 北 인권 공동 대응 기조 약화

유엔 총회 제3위원회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 인권 결의안을 표결 없이 ‘전원 동의(컨센서스)’ 방식으로 채택했다. 이번 결의안은 미국 일본 캐나다 호주와 유럽연합(EU) 국가 등 61개 회원국이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지만 한국은 이름을 올리지 않고 컨센서스 채택에만 참여했다. 최근 귀순 의사를 밝힌 북한 선원 2명을 강제 북송한 사건 등과 맞물려 정부가 지나치게 북한 눈치만 살피는 ‘저자세 외교’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미국은 공동제안국에 남고 한국은 빠진 데다 일본은 제안국에는 남되 결의안 초안 작성에 불참하는 등 북한 인권에 대한 한미일 삼각공조의 균열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 지난해 말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논의되는 대화 국면에서도 미국, 일본과 함께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했다. 지난해까지 유럽연합(EU)과 함께 결의안을 주도했던 일본은 이번 초안 작성에 불참했다. 일본 역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북-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북한의 입장을 고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에 공동제안국 불참을 사전에 알렸고 미국도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 북한 인권에 대해 과거처럼 한미일과 유럽 각국이 일관되게 대응하지 못해 미국 측이 아쉬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북한 인권 문제 저자세 비판

외교부는 북한 인권 외면 논란이 일자 15일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에는 변한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의 중요성을 소홀하게 평가하고, 이를 남북 대화의 도구로만 여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여전하다.

유엔은 이날 강제수용소 운영, 강간, 공개 처형, 임의적 구금과 처형, 연좌제, 강제노동 등 북한의 인권 침해 행위를 거론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가장 책임 있는 자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권고했다. ‘가장 책임 있는 자’란 표현은 2014년부터 6년 연속 포함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이번 결의안은 진정한 인권 보호 및 증진과 무관한 내용이며 전형적 이중 잣대”라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와 인권단체들의 시선은 2014년부터 계속되다 지난해 무산된 유엔 안보리 북한 인권토의 개최에도 쏠려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다음 달 안보리 순회의장국을 맡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이 ‘세계 인권 선언의 날’인 다음 달 10일 북한 인권토의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보리가 이를 안건으로 채택하려면 5개 상임이사국과 10개 비상임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 뉴욕=박용 특파원
#북한#유엔#인권 결의안#미국#북미 비핵화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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