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월세 갱신 청구권 도입, 폭넓은 의견 수렴부터 거쳐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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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어제 당정협의회를 갖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은 계약기간이 끝났을 때 세입자가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고 중대한 사유가 아니라면 집주인이 거부할 수 없게 해 주거 안정을 높여 주는 제도다. 현재 2년인 최소계약기간을 한 번 정도 더 연장하는 방안이 유력하며, 임대차 보호기간을 3년으로 늘려 최대 6년(3+3)까지 보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 한다.

작년 기준으로 볼 때 세입자 가구는 전국의 38.3%(전세 15.2%, 월세 23.1%), 평균 거주 기간은 3.4년이었다. 세입자가 원해서 이사를 갈 수도 있었겠지만 계약기간이 다 됐다는 이유만으로 할 수 없이 전·월세를 옮겨야 하는 경우도 많았을 것이다. 잦은 이사는 비용문제도 있거니와 자녀 학교, 주변 편의시설 변화 등을 감안할 때 주거 안정을 해치는 사안이며 이번에 당정이 법 개정을 추진하는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주거 안정 보호라는 좋은 취지임에는 틀림없으나 여러 부작용도 우려된다. 사유재산권 제약이나 장기적인 임대주택 공급 부족 같은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당장 계약기간이 사실상 최소 4년으로 늘어나면 전·월세 가격이 한꺼번에 급등할 우려가 있다. 1990년 임대차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을 때 경험했던 바다. 신규 세입자의 집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선진국의 경우 독일처럼 세입자가 계약 해지를 원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계약이 자동적으로 연장되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미국처럼 계약 당사자의 자유에 맡겨 정부가 간섭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려면 재계약 시 집세 인상 폭 제한 여부, 표준 임대료 공시, 전·월세 등록제 문제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 주택 임대시장과 주거 문화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올 사안인 만큼 섣불리 결정해서는 안 된다. 폭넓은 의견 수렴 절차와 충분한 사전 준비가 마련된 다음 도입할 수 있는 문제다.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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