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보호무역으로 발등 찍고 엉뚱하게 삼성 거론한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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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 “팀 쿡(애플 사장)이 넘버원 경쟁자인 삼성은 한국에 기반을 둬 관세를 내지 않기 때문에 애플로서는 매우 힘들다고 했다”면서 “이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올 12월부터 중국산 휴대전화에 10%의 추가 관세를 매길 예정인데 중국에서 제조되고 있는 아이폰도 부과 대상에 포함돼 있다. 삼성의 스마트폰 갤럭시는 주로 베트남과 한국에서 제조되고 있기 때문에 대중(對中) 관세 대상이 아니다. 쿡이 중국산 아이폰에 대한 관세 부과로 최대 경쟁사인 삼성이 반사이익을 본다는 차원의 논리를 강하게 주장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솔깃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폭탄을 퍼부으면 애플처럼 중국 내 공장을 가진 많은 미국 기업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결국 자기 발등을 자기가 찍게 될 것이라는 점은 이미 충분히 예견됐고 많은 통상 전문가가 경고했던 일이다.

작년 9월 트럼프 정부가 중국산 아이폰에 추가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했을 때도 쿡 사장이 미국 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취지로 부당함을 주장했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가 싫으면 미국에서 생산하라고 맞받아쳤다. 그런데 이번에 애플이 삼성과의 경쟁 관계를 들고나오자 그때와는 상당히 다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애플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주기 위해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만약 미 정부가 자국 기업의 특정 품목에 대해서만 대중 관세를 면제해 주는 조치를 취한다면 이는 불공정한 조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팀 쿡#애플#삼성#보호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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