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히 걷다보면 숨이 턱…달리는 남편 보니 안되겠다는 생각들어”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0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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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일러닝 여자부 최강자 김현자 씨

김현자 씨
김현자 씨
3남매의 엄마이자 가정주부인 김현자 씨(46)는 남편 따라 마라톤대회 구경 다니다 마라톤에 입문해 트레일러닝(산악마라톤)에서 여자부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우린 대구에 살았는데 남편이 2011년 부산으로 잠시 전근을 가게 됐다. 2013년 다시 대구로 돌아왔는데 달리기에 빠져 있었다. 마라톤클럽에 가입하고 대회에 출전하기에 구경삼아 따라 다니다보니 나도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 김기홍 씨(51)는 부산에서 남는 여가 시간에 헬스클럽에 등록해 러닝머신에서 2년 달렸고 대구로 오면서 대구 런너스클럽에 가입해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집에서 살림만 하다보니 급하게 길을 걷다보면 숨이 턱 막혔다. 건강하게 달리는 남편을 보니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남편이 2013년 초 본격 마라톤을 시작했고 김 씨는 6개월 여 남편의 대회 출전 모습을 직접 지켜보다 그해 후반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5km 완주를 목표로 혼자 달리기 시작했는데 처음엔 숨이 차서 100m도 못 갔다. 그래도 걷다 뛰다를 반복했다. 어느 순간 5km를 완주했다. 10km에 도전했다. 10km도 완주했다. 언젠가부터 조그만 지역 대회에서 4, 5등으로 입상을 하게 됐다. 그 재미도 쏠쏠했다. 그러니 더 열심히 달리게 됐다.”
3월 31일 열린 제29회 315마라톤대회에서 질주하고 있는 김현자 씨. 김현자 씨 제공.
3월 31일 열린 제29회 315마라톤대회에서 질주하고 있는 김현자 씨. 김현자 씨 제공.

몸은 건강해졌고 만성 두통과 변비도 사라졌다. 달리기는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그에게 가져다 줬다. 2014년부터 숲길 및 산악 마라톤에도 도전했고 하프마라톤도 시작했다.

“마라톤은 훈련하지 않으면 절대 완주를 생각도 못한다. 난 늦게 시작했으니 차근차근 거리를 늘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훈련하고 있다. 하프마라톤은 2015년 초에야 완주했다.”

김 씨는 2015년 여름 지리산화대종주 마라톤대회를 다녀온 뒤 산악마라톤인 트레일러닝에 빠져들게 됐다. 화엄사에서 천왕봉을 거쳐 대원사까지 장장 47km의 산길을 남편과 함께 완주하면서 자연과 함께 하는 산악마라톤의 매력에 빠졌다. 좋은 경관을 보며 달리는 맛이 좋았다. 산과 개울, 나무, 꽃, 바위…. 자연 속에서 달리는 재미는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2016년부터 트레일러닝 대회에 자주 출전했다. 긴 거리보다는 10~20km을 주로 달렸다.

김 씨는 올해만 6월 2일 제16회 금산느재산악마라톤대회(13.7km), 6월 12일 김해숲길마라톤대회(하프코스), 7월13일 OSK인제정글트레일(20km), 7월14일 보은속리산힐링알몸마라톤대회(10km)에서 우승했다. 출전하는 대회마다 우승이다. “즐겁게 달리다보니 우승까지 따라왔다”고.
7월 14일 보은속리산힐링알몸마라톤대회 10km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에 선 김현자 씨(오른쪽에서 두번째). 김현자 씨 제공.
7월 14일 보은속리산힐링알몸마라톤대회 10km에서 우승한 뒤 시상식에 선 김현자 씨(오른쪽에서 두번째). 김현자 씨 제공.

김 씨는 풀코스를 5번 완주했는데 2017년 이후에 풀코스는 달리지 않고 있다.

“2017년 말 풀코스를 달리다 부상을 당한 뒤에는 주로 숲길마라톤이나 트레일러닝대회에 출전한다. 진주마라톤에서 풀코스 3시간7분대의 개인 최고기록을 세우다 부상을 당했다. 그해 겨울 훈련을 하지 못했다. 이후 숲과 산을 달린다. 이상하게도 숲길과 산은 달려도 부상을 당하지 않는다.”

김 씨는 처음에는 ‘독립군’처럼 혼자 훈련했다. 남편이 같은 클럽에 나가자고 해도 나가지 않았다.

“시간을 맞춰 나가서 한다는 게 내키지 않았다. 내 시간에 맞춰 조금씩 달리는 게 편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혼자 하는데 한계가 찾아왔다. 그래서 남편과 같은 대구 런너스클럽에 가입해 훈련했다. 주 2, 3회 하는데 난 한달에 몇 차례만 참가한다. 함께 하니 좋은 점이 많았다. 서로 응원하고 달릴 때 앞에서 끌어주기도 하고….”
6월 12일 김해숲길마라톤대회 10km에서 우승한 김현자 씨. 김현자 씨 제공.
6월 12일 김해숲길마라톤대회 10km에서 우승한 김현자 씨. 김현자 씨 제공.

김 씨는 집안일을 끝낸 뒤 오후에 매일 10~15km를 달린다. 주말에는 장거리를 달리거나 마라톤대회에 출전한다. 요즘엔 도로보다는 숲길 혹은 산악마라톤에만 출전한다. 부상 방지를 위해 근력훈련도 한다.

“근력훈련은 주로 집에서 한다. 스핀사이클(실내자전거)을 강도 높게 탄다. 스쿼트도 하고 복근운동도 한다. 주로 코어 근력을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스트레칭체조도 충분히 한다.”

김 씨는 남편하고 함께 하는 재미를 강조했다.

“남편하고 함께 달리고 대회에 출전하면서 부부 사이가 좋아졌다. 서로 공감대가 있다보니 대화도 많이 한다. 우리의 대화는 달리기 관련 훈련과 대회출전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아이들도 함께 다녔다. 대회 출전이라기보다는 가족 여행이었다. 특정 지역에 가서 구경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지금은 아이들이 모두 고등학생이 돼 주말에 학원 다니느라 함께 못한다. 그래도 부모와 아무 대화도 하지 않는 다른 집 아이들과 달리 우리 아이들은 아빠 엄마와 거리낌 없이 대화한다. 모두 달리기가 가져다 준 행복이다. 16살 막내딸은 요즘도 가끔 엄마 아빠를 따라 나선다.”
7월13일 열린 OSK인제정글트레일 20km에서 1위로 골인하고 있는 김현자 씨. OSK인제정글트레일 대회조직위 제공.
7월13일 열린 OSK인제정글트레일 20km에서 1위로 골인하고 있는 김현자 씨. OSK인제정글트레일 대회조직위 제공.

김 씨는 8월 3일 경남 거제에서 열리는 바다로세계로 40km 참가신청을 했다. 거제의 산과 바다를 달리는 트레일러닝이다. 그동안 달리지 않았던 긴 거리의 산악마라톤이다. 하지만 무리하진 않을 생각이다. 김 씨는 산길 20km 정도 즐겁게 달리는 지금이 가장 행복하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달리다 보면 더 긴 거리 욕심내지만 그는 무리하지 않는다. 그는 “뒤늦게 시작한 운동이지만 즐겁게 달린다는 자체로 만족한다. 남편도 건강하고 나도 건강하면 되지 않나. 아이들도 입시를 마치면 다시 달릴 것이다. 이렇게 가족 전체가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게 좋다”고 말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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