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횡설수설/송평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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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영국 총리로 유력한 보리스 존슨(55)은 1964년 아버지가 미국에 유학 중일 때 뉴욕에서 태어났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외교관 자녀를 위한 유러피안스쿨에 다녀 프랑스어까지 유창하다. 영국으로 돌아와 이튼스쿨과 옥스퍼드대를 다녔다. 게으르고 괴팍하기는 하나 인기 있는 학생이었고 두 학교에서 다 토론클럽 회장과 학생신문 편집장을 지냈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53) 등과 같은 세대로 영국 보수당을 이끄는 옥스퍼드 그룹에 속한다.

▷첫 직업은 기자였다. 1987년 ‘더타임스’에서 수습기자를 할 때 인용을 조작했다가 해고됐다. 그 뒤 ‘데일리 텔레그래프’에서 자리를 잡고 브뤼셀 특파원과 정치칼럼니스트로 13년간 일했다. 브뤼셀 특파원 때 영국 내 유럽연합(EU) 회의론을 조장하기 위해 ‘EU가 콘돔 사이즈를 16cm로 통일하려 한다’는 등 과장된 기사를 쓴 것으로 비판받는다. 기사의 진실성은 간혹 논란을 빚었지만 풍부한 지식과 재기는 널리 인정받고 있다.

▷2001년 하원의원이 된 그가 외국에서까지 눈길을 끈 것은 2008년 런던시장에 당선되면서다. 반대하는 유권자조차 그가 웃겨서 그에게 투표했다고 한다. 그는 따분한 걸 참지 못하는 유형이다. 쾌활하고 유머가 넘친다. 그러나 그 유머는 윈스턴 처칠처럼 고전적이지 않고 스스로 망가지면서 조롱거리가 되는 것을 감수하는 4차원적일 때가 많다. 다른 한편 엘리트주의에 젖어 있고 때로 여성차별적이거나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는다.

▷‘악동(惡童)’ 이미지의 존슨은 ‘영국판 트럼프’로 불리기도 한다. 유난히 밝은 금발, 유복한 가정환경, 난잡한 사생활, 무원칙주의 등이 비슷하다. 과거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가 케인스주의의 잔재와 싸운 대서양 양쪽의 ‘정치적 연인(戀人)’이었다면 트럼프와 존슨은 68혁명의 유산인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과 싸우는 대서양 양쪽의 ‘정치적 형제’쯤 된다. 다만 악동이라도 트럼프는 무식해 보이고 군대식인 데 비해 존슨은 지적이고 록(rock)풍이다.

▷토론과 타협을 중시하는 ‘영미식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 언어의 신중함이 사라지고 있다. 트럼프와 존슨은 트위터를 통해 즉흥적으로 말하길 좋아하고, 거짓말도 수시로 하고, 해야 할 대답은 끝까지 피한다. 트럼프와 존슨이 영미식 민주주의 파산의 전조인지, 위선을 거부하고 직접성을 강화하는 새 민주주의로 가는 혼돈스러운 국면인지 지켜볼 일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도널드 트럼프#보리스 존슨#영미식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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