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깨고 첫 심경 해리 “아내 위해, 다른 선택지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20일 16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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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슬프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영국 왕실에서의 독립을 선언한 해리 왕손(36)이 19일 런던의 한 자선행사에서 침묵을 깨고 처음으로 심경을 밝혔다고 BBC 등은 전했다.

그는 이날 행사 연설 도중 자신에 거취에 대해 “우리의 희망은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받지 않으면서 여왕과 영국, 그리고 군에 계속 봉사하는 것이었지만, 그것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성명을 통해 해리 왕손 부부가 왕실 존칭 ‘전하(HRH·His or Her Royal Highness)’를 사용하지 않으며 이들에 대한 재정 지원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에 아쉬움을 토로한 셈이다.

그는 “결코 가볍게 내려진 것이 아니라, 수개월 간 고민한 후 신중히 내린 결정”며 “여러 어려움을 겪었다. 아내를 위해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정말로 없었다”고 말했다. 파파라치의 사생활 침해는 물론, 아내 메건 마클 왕손빈(39)에게 부정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언론, 형 윌리엄 왕세손 부부과의 불화 등을 간접적으로 표시한 것이라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해리 왕손은 “우리가 결혼했을 때 영국에 기여하게 돼 기뻤다. (영국 왕실을 나가게 된 것에 대해) 큰 슬픔을 느낀다”며 “영국은 내 집이며, 내가 사랑하는 곳이란 점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왕에 대해서도 그는 “나의 할머니이자 나의 최고사령관에 대해 항상 최고의 존경심을 가지고 있다”며 “가족을 위해 내가 알고 있던 모든 것으로부터 물러나 보다 평화로운 삶 속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소회에도 불구하고 영국은 여전히 해리 왕손 부부가 왕실을 떠나는 것을 두고 찬반 여론으로 떠들썩하다. 특히 해리 왕손의 장인이자 메건 왕손빈의 아버지 토머스 마클은 한 방송에 나와 “해리 부부가 영국 왕실을 싸구려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해 논란이 됐다. 그는 19일 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소녀가 공주가 되고 싶어하고 내 딸은 그걸 이뤘다. 그런데 왕족 지위을 던져버리고 있다. 아마 돈을 위해 그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이 왕실을 파괴하고 싸구려로 만들고 있다. 왕관을 쓰고서 왕실을 월마트로 만들고 있는데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영국 왕실에 대해서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위대한 제도 중 하나”라고 칭송했다. 그러나 토머스 마클도 정상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것이 현지의 평가다. 미국인인 그는 2018년 5월 딸의 결혼식을 앞두고 파파라치에게 돈을 받고 메건 왕손빈의 결혼 준비 사진을 찍어 비난을 받았다. 그는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이후 딸과 연락이 끊은 채 영국 왕실을 비난해왔다.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보리스 존슨 총리까지 나서 해리 왕손 부부의 결정을 지지했다. 존슨 총리는 리비아 내전 중재를 위한 베를린 회담에 참석 중 언론인터뷰에서 “해리 왕손 부부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영국 전체가 그들이 미래를 위해 최선을 기원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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