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트16세 전 교황, 저서로 성직자 독신주의 주장 논란

  • 뉴시스
  • 입력 2020년 1월 13일 0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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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파 기니 추기경과 공저 출간
프란치스코 교황의 결혼허가 고려에 '반기'

은퇴한 베네딕트 16세 전 교황이 오랜 침묵을 깨고 사제의 독신주의를 재차 천명하는 저서를 기니의 추기경과 공동으로 출간했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가톨릭 사제의 자격으로 결혼한 남성도 하용할 것인지를 심각히 고려중인 시점에 맞춰서 출간돼 더 주목을 끌고 있다.

베네딕트 전 교황의 저서 “우리 마음의 깊은 성찰 : 사제직, 독신주의, 가톨릭 교회의 위기”(“From the Depths of Our Hearts: Priesthood, Celibacy and the Crisis of the Catholic Church)는 그 동안 프란치스코 교황에 대한 조용한 비판자이며 교황청의 의전담당 책임자로 일해온 기니 출신의 로버트 사라 추기경과 공저로 내놓은 책이다.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지는 12일 이 책의 발췌 내용을 게재했고 AP통신은 이그네이셔스 프레스에서 출간될 영어판의 교정쇄를 입수해 보도했다.

베네딕트 전 교황이 이 문제에 개입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2013년 퇴임할 때 ”세상으로부터 숨어 지낼 것“을 약속했으며 새 교황에게 복종할 것을 선서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체로 그 선서를 지키며 살아왔는데 지난 해 갑자기 가톨릭에 만연한 성추행 스캔들이 1960년대 성혁명 위기로 인한 것이라는 기묘한 주장을 담은 글을 발표했다.

따라서 이번에 성직자의 독신주의를 강력히 재주장한 저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고려중인 성직자 결혼 허가 문제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며, 전 교황이 현 교황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공개적으로 나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공저자들도 분명히 그런 해석을 예상하고 있었던 듯, 책의 공동서문에서 ”책을 쓴 이유는 결국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충성을 바치는 것을 기본 정신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해 10월 아마존 교구와 관련된 바티칸 주교회의에서 주교들 대다수가 아마존 일대에 성직자가 없어서 몇 달 씩 미사도 올리지 못한다며 결혼한 남성들도 사제 서품을 허용해 성직자 부족을 해결하자고 제안한 것을 곧 문서로 공식화 하겠다고 여러 번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성직자의 독신주의를 따르고 있지만, 아마존 지역의 곤경에는 매우 동정심을 표했다. 자신은 오랜 라틴 전통에 따라 성직 생활을 해오면서도 독신주의는 하나의 전통일 뿐이지 절대적인 교리는 아니므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특정 지역의 특수 사정에 대해서는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고 여기고 있다.

베네딕트 교황은 자신의 공동저서에 대한 짤막한 소개서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이 소책자는 공동저자의 서문과 결론 부분, 그 중간의 부분 발췌 내용을 싣고 있다.

베네딕트는 철저한 신학 기반의 이론과 성서의 자료들, 학술적 용어들을 동원해서 사제의 독신주의의 과학적 근거와 12사도 시대부터 이를 지켜왔던 ”꼭 필요한 필수적 이유“들을 세밀하게 해석해놓고 있다.

특히 저서의 결론 부분에서는 가톨릭 성직이 수많은 성추문과 스캔들의 폭로로 상처투성이가 되었고 신성한 독신주의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과 질문으로 왜곡되었다고 주장하면서 직설적인 옹호론을 펼쳤다.

두 저자는 이 책을 전 세계의 사제들에게 바친다면서 이들은 더 인내심을 가져야 하며 모든 신도들이 이 사제들의 독신주의를 지지하기 위해 확고한 신앙으로 함께 해줘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바티칸시티=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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