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타임 흘러가는데”…‘데이터 3법’ 연이은 국회 불발에 속타는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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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22일 0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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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전경© 뉴스1
국회의사당 전경© 뉴스1
“데이터 3법은 완성이 아니라 겨우 시작이다. 아직 갈 길이 먼데 출발도 못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에도 불구하고 법안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하자 기업들이 애태우고 있다.

지는 21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데이터 3법 중 하나인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결국 의결에 이르지 못했다.

여야가 데이터 3법 통과를 약속했던 지난 19일 본회의엔 상정도 하지 못한 데 이어 소위에서도 처리가 불발되며 ‘골든타임’이 허무하게 지나가고 있다. 여야는 오는 25일 소위원회를 다시 열어 논의하기로 해 불씨만 살려 둔 상황이다.

데이터 3법은 지난해 11월 정부와 여당 주도로 발의된 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말한다. 이 3개 개정안은 데이터의 활용 범위를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데이터 활용을 가로막는 규제들을 해소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본 틀이 되는 법안들이다.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 기업들은 가명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없이 활용할 수 있게 되며 전문기관의 승인을 거쳐 제 3자에게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또 서로 다른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보안시설을 갖춘 전문기관을 통해 결합하고 승인을 거쳐 반출하는 것도 허용된다. 하나같이 기업들이 데이터 활용을 위해 시급히 필요로 하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만일 개정안이 이번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되고 다음 국회에서 재발의 해야한다. 이 경우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정책을 추진하던 정부와 사업 계획을 세우던 기업 모두 차질을 빚게 된다. 특히 국회가 내년 총선 국면으로 접어들기 전에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산업계에선 “데이터 3법 통과가 1년 늦어지면 10년이 뒤쳐진다”며 위기감을 나타내고 있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데이터 3법이 통과된다고 바로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법적 근거를 마련해 놓고 세부적으로 논의될 사항이 겹겹이 쌓여 있는 데 허송세월 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현행법은 기업들이 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데이터 속에 포함돼 있는 개인정보를 처리하기 위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거나 법적 근거에 따라 비식별 처리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지키면서 데이터를 활용하기엔 걸림돌이 많아 관련 산업 성장이 크게 정체된 상황이다.

이 사이 규제에서 자유로운 구글, 애플 등 글로벌 기업들이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서비스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고, 데이터 활용이 세계적으로 활발한 금융시장에선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한 중국이 크게 앞서가고 있다.

지난 13일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만난 간담회 자리에서 “데이터 사용을 기업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달라”며 “데이터 이용을 자유롭게 하는 대신 데이터를 의도적 유출하거나 해킹 등에 대해 준비를 못한 기업은 영업이익의 몇 배로 범칙금을 부과하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벌백계’의 부담을 떠안아도 좋으니 데이터를 한시라도 빨리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얘기다.

지난해 정부가 데이터와 AI 산업에 전폭적인 지원과 규제 개선을 약속하자 기업들은 올해를 ‘데이터경제’의 원년이 되길 기대하며 관련 사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국회에선 데이터 3법이 1년 가까이 정쟁에 파묻혀 먼지만 쌓여있다 폐기될 위기에 놓인 후에야 부랴부랴 이를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국 정치권의 늦장 대응이 ‘데이터 경제’로 가는 초입부터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민기영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원장은 “데이터로 누구도 생각지 못한 서비스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길로 가는 첫 단추가 데이터 3법인데 지연되고 있어 아쉽다”며 “눈에 보이는 데이터 3법뿐만 아니라 후속으로 논의될 데이터 유통·거래·가격·품질 기준 등의 마련이 모두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이를 제때 정비하지 못해 기회를 놓치면 미래를 책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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