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2회부터 침묵한 타선…‘약속의 8회’도 없었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11월 17일 22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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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하, 빛바랜 2⅔이닝 무실점 호투

1회초 활발했던 한국 타선이 일본 불펜 투수진 공략에 애를 먹으면서 한국 야구 대표팀이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를 준우승으로 마쳤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12 결승에서 3-5로 석패, 준우승을 차지했다.

타선이 2회초부터 한 점도 뽑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한국 타선은 1회초에만 3점을 올리며 기선을 제압했다. 리드오프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볼넷으로 걸어나간 뒤 김하성(키움)이 왼쪽 담장을 넘기는 선제 투런포를 작렬했다. 이후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는 김현수(LG 트윈스)가 우중월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하지만 대표팀 좌완 에이스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1회말 스즈키 세이야에 적시 2루타를 허용해 일본에 1점을 내줬다. 양현종은 2회말 2사 1, 2루의 위기를 자초한 뒤 야마다 데쓰토에 역전 좌월 3점포를 얻어맞았다.

한국 타선은 2회초부터 좀처럼 점수를 내지 못했고, 결국 패배로 이어졌다. 정교한 제구를 자랑하는 일본 불펜 투수진을 상대로 찬스도 일구지 못했다.

3회초와 5회초에는 아쉬운 장면도 나왔다.

3회초 선두타자 김하성이 좌전 안타를 때려낸 후 김재환(두산 베어스)의 좌익수 뜬공 때 2루 진루를 노리다가 아웃당했다.

5회초에는 내야안타를 친 선두타자 김상수(삼성 라이온즈)가 김하성의 삼진 때 2루 도루를 시도했으나 런다운에 걸려 비명횡사했다.

한일전이면 늘 등장하던 ‘약속의 8회’도 없었다.

한국 야구는 일본과의 맞대결에서 늘 8회에 짜릿한 순간을 연출했다.

역사는 1963년 제5회 아시아야구선수권대회까지 올라간다. 당시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김응용이 1-0으로 앞선 8회 쐐기 투런포를 날려 한국의 3-0 승리에 앞장섰다.

한국은 1982년 제27회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는 0-2로 끌려가던 8회 대거 5점을 올리며 일본에 5-2로 역전승을 거뒀다. 8회 1점을 만회한 뒤 1사 3루에서 나온 김재박의 ‘개구리 스퀴즈 번트’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2사 1, 2루에서 한대화가 역전 결승 3점포를 작렬했다.

2000년대 들어 한일전에서 연출된 ‘약속의 8회’의 중심에는 ‘국민타자’ 이승엽이 있었다.

한일전으로 치러진 2000년 시드니올림픽 3·4위 결정전에서 한국은 일본과 7회까지 0-0으로 팽팽히 맞서다 8회 균형을 깨며 승리를 일궜다. 8회 2사 2, 3루에서 이승엽이 당시 ‘괴물 투수’로 군림하던 마쓰자카 다이스케를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날렸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8회에 기적이 쓰여졌다. 일본과 1라운드 첫 대결에서 1-2로 뒤진 8회 이승엽이 역전 결승 투런 홈런을 쏘아올리면서 승리를 챙겼다. 일본과의 2라운드 재대결에서는 0-0으로 맞선 8회 1사 2, 3루에서 이종범이 일본 최고의 마무리 투수 후지카와 규지를 상대로 2타점 적시 2루타를 뽑아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이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 때에도 ‘약속의 8회’가 있었다. 당시 준결승에서 2-2로 팽팽히 맞선 8회 1사 1루에서 이승엽이 투런포를 작렬, 일본을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 이와세 히토키를 무너뜨렸다.

한국은 2015년 프리미어12 초대 챔피언에 오를 때 ‘약속의 8회’를 만들지 못했지만,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승리를 거뒀다. 2-3으로 끌려가던 9회 무사 만루에서 2타점 역전 결승타를 때려내며 한국의 4-3 역전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번에 ‘약속의 8회’는 없었다. 되려 8회초에는 한 명의 타자도 출루하지 못했다.

8회초 타순이 리드오프 이정후부터 시작돼 묘한 기대감이 형성됐으나 이정후는 3구 삼진으로 돌아섰다.

1회초 선제 투런포를 작렬했던 김하성은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한 방을 쳐줘야하는 김재환도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4년 전처럼 ‘9회의 기적’도 쓰지 못했다. 9회초 클린업 트리오를 이룬 박병호(키움)와 김현수, 양의지(NC 다이노스)가 차례로 타석에 들어섰지만 일본 마무리 투수 야마사키 야스아키를 상대로 한 명도 출루하지 못했다.

대표팀 좌완 에이스 양현종이 3이닝 4실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가운데 4회말 마운드를 이어받은 이영하는 2⅔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역투를 선보였지만, 타선이 화답하지 못하면서 빛바랜 호투로 남게 됐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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