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비+끝내기안타’ 박건우, 2018년 ‘0.042’의 아픔을 지우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0월 23일 22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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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2차전 경기가 열렸다. 9회말 1사 2루에서 두산 박건우가 끝내기 안타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한국시리즈 2차전 경기가 열렸다. 9회말 1사 2루에서 두산 박건우가 끝내기 안타를 날린 뒤 환호하고 있다. 잠실|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두산 베어스 박건우(29)는 SK 와이번스와 지난해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에서 상상조차 하기 싫은 악몽을 경험했다.

6경기에서 24타수 1안타(타율 0.042)를 기록하며 기대했던 역할을 전혀 해내지 못했다.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KS 무대에서 거둔 성적은 58타수 8안타(타율 0.138), 3타점이 전부였다. 2016시즌을 기점으로 주전으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단기전에선 좀처럼 실력발휘를 하지 못해 마음고생이 심했다. 특히 지난해 KS 이후에는 부진에 따른 팬들의 비난을 온 몸으로 받아내야 했기에 그 고통은 실로 엄청났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 때 정중히 인터뷰를 고사했던 이유도 그래서다.

정규시즌에는 늘 좋았다. 올해도 127경기 타율 0.319(458타수146안타), 10홈런, 64타점을 기록하며 4시즌 연속 3할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 75타점 이상을 달성했다. 타선의 핵심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수비력도 일취월장해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외야수로 거듭났다. 박건우가 빠진 두산 라인업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만큼 공수 양면에서 엄청난 힘을 보탠다. 자신의 활약을 바탕으로 KS까지 제패하는 게 오랜 꿈이었다. 2017~2018시즌 2년 연속 KS 무대에서 준우승에 그친 탓에 그 열망은 더 커졌다.

올해도 출발은 좋지 않았다. 22일 1차전에서 팀은 7-6으로 승리했지만, 1번타순에서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두 차례 실책으로 출루해 득점한 것에 위안삼아야 했다. 적어도 박건우에게 기대했던 성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리드오프의 출루를 앞세워 편안하게 경기를 풀어가는 그림과는 거리가 멀었다. 23일 2차전에서도 3번째 타석까지 모두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자존심을 구겼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마냥 고개 숙이지 않았다. 5회초 상대 선두타자 김혜성의 쉽지 않은 우중간 타구를 슬라이딩 캐치로 걷어내는 등 수비에서 먼저 힘을 보태고자 노력했다. 부진한 타격에 매몰되지 않고 ‘팀 플레이’에 집중했다.

그 결과는 달콤했다. 2-5로 뒤진 8회 중전안타로 출루한 뒤 정수빈의 볼넷과 상대 실책을 틈타 득점에 성공했다. 이번 시리즈 첫 안타가 득점과 연결되면서 마음의 짐을 한결 덜어낸 덕분일까. 하이라이트는 5-5 동점을 만든 9회말이었다. 1사 2루에서 키움 한현희의 시속 135㎞ 슬라이더를 힘 들이지 않고 받아쳐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끝내기 안타로 연결했다. 2루 주자 류지혁의 득점으로 팀의 6-5 승리를 확인한 박건우는 그 어느 때보다 환한 얼굴로 기쁨을 만끽했다. 그간 겪었던 마음고생을 단번에 털어낸 듯 보였다. 데일리 MVP로 선정돼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박건우의 이름을 외치는 팬들의 함성은 끊이지 않았다. 이틀 연속 짜릿한 끝내기 2승을 먼저 챙긴 두산은 KS 우승에 한발 더 다가섰다.

잠실|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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