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0부에서는 연재를 마무리하며 앞에서 언급한 내용 중 중요한 부분을 한번 더 리마인드하고, 미처 언급하지 못한 내용도 추가하려 한다.
1. IR은 회사와 창업자/대표의 품격을 대변한다'IR자료는 그 회사와 창업자/대표의 품격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이 연재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언급한 문장이다. IR 자료와 피칭에서 소위 '싼 티'가 나면 회사와 창업자/대표가 그렇게 대접받게 되어 있다. 반면 고급스럽고 품격이 느껴지면 분명 투자자도 리스펙트(respect)를 가지게 된다.
단 IR자료 하나 잘 만들었다고 해서, IR 피칭 한번 잘 했다고 해서 투자가 진행된다는 보장은 당연히 없다. 하지만, 첫 인상이 나쁘면 후속 투자 프로세스를 진행하기가 매우 어렵다. 설령 진행된다 해도 어렵게 어렵게 흘러가거나, 쉽고 좋은 결론(즉 투자유치성공)으로 귀결되기는 확률적, 경험적으로 어렵다.
'투자유치 성공'이라는 좋은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과정이 중요하다. 과정이 나쁜데 결론이 좋기란 결코 쉽지 않다. 과정이 좋아도 결론은 나쁠 수 있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심어 놓은 인상이 두고두고 창업자/대표 본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고, 그 내용을 연재 1부에서 충분히 설명했다.
투자유치를 준비하는 창업자/대표에게 조언하자면, 결론에 너무 집착하기 보다는 일단 '과정에 충실'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심적 부담도 줄어들면서 좀더 진솔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투자자에게 우호적 인상을 주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국내에는 벤처캐피탈(VC)이 약 250개, 액셀러레이터 약 200개, 자산운용사/캐피탈/증권/은행 400~500개가 운영된다고 추정하는데, 그 중에서 '나'에게 투자하는 곳은 한 군데, 많으면 2~3군데 정도일 것이다. 투자는 결국 인연이라는 말을 기억해야 하겠다.
2.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다.다시 한번 분명히 기억해야 할 내용은, IR 자료 작성 및 피칭에 있어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형식과 스타일과 내용과 관련해 누구나 따라하기만 하면 성공할 수 있는 정답을 제시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다고 생각한다.
IR 자료와 피칭에 대해 "이러이러하게 하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습니다"라고 단정해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이러이러하게 하면 십중팔구 실패할 겁니다"라고 얘기할 만한 경우가 많고, 예감대로 거의 맞아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이 연재에서도 정답을 알려주는 가이드라인 차원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실패하는 사례를 최대한 다양하게 들어 오답을 피해가도록 돕는 형태로 제시했다.
개인적으로, 강연 등에서 다음의 문구를 IR과 관련하여 자주 언급하고 있다. 진화생물학자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저서 <총, 균, 쇠>에 보면, "흔히 성공의 요소를 한 가지 요소에서 찾으려 하지만, 실제 어떤 일에서 성공을 거두려면 수 많은 실패 원인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말이 나온다.
IR 자료의 작성과 피칭은 결국 수 많은 오답 요소를 피해간다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고, 그러다 보면 성공적인 IR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리라 기대하는 게 적절한 접근방법이라 생각한다.
3. 공격(?) 받을 포인트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하라.지난 연재 [스타트업 투자유치 마스터링]에서도 5부와 6부(투심위 부결 주요 원인 파악하기(http://it.donga.com/27620/, http://it.donga.com/27650/))에 많은 양을 할애했고, 이번 연재에서도 4부~7부(스토리라인 구성)에 걸쳐 설명한 내용이, 투자의사 결정 포인트로서의 4대 핵심 쟁점이었다.
지난 연재에서부터 일관되게 말하고 있는 내용은, 투자자가 보기에 '완벽한 업체는 없다'는 것이다. 아마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창업자/대표가 있다면 단언컨대 그건 '자기만의 착각'이다. 그런 완벽한 업체가 있다면 투자업계에서 그렇게 투자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딱히 투자자를 찾아 다니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오고 있거나, 또는 충분히 스스로 이익을 창출하고 있기에 투자 받을 필요가 없을 테니까 말이다.
여하튼 중요한 건, 투자유치를 고려하는 모든 회사가 투자자를 설득하기에 아킬레스건이 최소한 하나씩은 있고, 그 부분을 얼마나 잘 설득할 수 있느냐가 투자유치 성공의 핵심이다. 투자는 결국 '설득→공감→협상'의 3단계를 거치는 과정이다.
지난 연재 [스타트업 투자유치 마스터링]에서부터 언급한 대로, 창업자/대표는 자신이 챌린지 또는 공격 받을 포인트를 냉정하게 자가체크(self-check)해보고, 그 부분을 집중 설득할 수 있도록 스토리라인을 구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임팩트 없는 평범하고 밋밋한 자료가 될 것이고, 투자자를 설득하기가 상당히 힘들어진다.
4. 객관적인 데이터와 근거(evidence)에 기반한 논리를 가져라.투자자를 설득하는 과정은 논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우기는 것으로 비춰진다. 논리적이기 위한 방법은 단연코, 데이터와 근거(evidence)에 기반해야 한다. 하지만 데이터와 근거라고 할지라도 질(quality)이 다르고, 상대를 설득하는 임팩트가 다를 것이다. 따라서, 창업자/대표는 최상의 데이터와 근거를 얻기 위한 노력 또한 들여야 한다.
외부에서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있고 내부에 가지고 있는 데이터가 있을 텐데, 일단 외부에서 얻는 데이터는 누구도 접근할 수 있는 만큼 희소성은 낮다. 그리고 투자자는 직업상 워낙 많은 업체들을 보다 보니 유사한 또는 어쩌면 동일한 자료를 여러 번 보기 마련이다.
너무 많이 보다 보면 투자자는 식상해 한다. 미래세상은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이미 너무 많이 경험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때문에 본인 만이 제시할 수 있는 데이터가 있다면 IR 자료 자체를 차별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자기만이 제시할 수 있는 데이터의 핵심은, 실험데이터, 시장에서 파일럿(테스트)을 진행하고 얻은 고객반응, 유통 및 잠재 고객사를 확보한 MOU/계약서 등의 자료일 것이다. 이런 자료를 제시할 수 있다면, 투자자의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확실히 높다.
다만, 초기기업이라면 그런 데이터를 다 갖추고 있기 쉽지 않다고 말하는 이도 있는데, 그렇다면 좀더 초기단계(early-stage)에 전문적인 투자자를 먼저 접촉한다든가, 데이터가 확보되는 시점에 맞춰 투자유치 활동을 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지난 연재부터 투자유치에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의미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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