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일간지 오늘자 1면에 모두 ‘검은칠’…어떤 일이?

  • 뉴스1
  • 입력 2019년 10월 21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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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전 일간지가 21일(현지시간) 신문 제1면을 블랙아웃 처리했다. <트위터 갈무리> © 뉴스1
호주 전 일간지가 21일(현지시간) 신문 제1면을 블랙아웃 처리했다. <트위터 갈무리> © 뉴스1
내부고발을 보도하는 언론 매체를 처벌하려는 호주 정부 움직임에 항의 표시로 호주 전 일간지가 1면을 ‘블랙아웃’ 처리했다. ‘보도금지’라는 검열도장이 찍히고 기사 내용이 전부 검은 줄로 삭제된 모습이다.

20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헤럴드선, 시드니모닝헤럴드, 오스트레일리안, 디에이지, 파이낸셜리뷰 등 호주 주요 일간지들은 21일자 신문 1면을 모두 블랙아웃으로 발간했다. 이들은 모두 1면 제목으로 ‘정부가 당신에게서 진실을 숨기려 할 때, 그들은 무엇을 보도할까?’라는 문구를 달았다.

호주 ‘알 권리 연합’이 시작한 이 언론 자유 운동은 호주 정부가 내부고발자와 그에 대한 보도를 한 언론사와 기자를 탄압한 데서 나온 것이다.

지난 6월 호주 경찰은 호주 매체 ABC 시드니 본사와 뉴스코프 기자 애니카 스메터스트의 가택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부가 불특정 다수 국민의 이메일과 은행거래 기록, 문자메시지를 사찰하려 한다고 보도했다는 이유다. 이들에 대한 혐의는 정부 기밀문서 유출이다.

앞서 호주 정부는 ‘K’라는 익명의 내부고발자와 그를 대리하는 버나드 콜레리 변호사에 대해 호주 비밀정보국(ASIS)이 2004년 수백만달러 자원 협상 과정에서 동티모르 정부관계자들을 도청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기소했다. ASIS 업무로 얻은 정부를 외부에 유출하고 그를 도운 혐의다.

또 호주 국세청(ATO) 직원 리처드 보일은 국세청의 권력 남용을 외부에 폭로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최대 161년 징역형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호주 뉴스코프의 마이클 밀러 회장은 “국민은 무엇이 일어나는지 알 권리를 제한하려는 정부에 늘 의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알 권리 연합은 내부고발 문제와 관련, 공공부문 내부고발자에 대한 법적 보호와 이를 보도한 언론인에 대한 면책, 정보자유(FOI)와 명예훼손 규정 개정, 공공문서 공개제한 완화 등을 요구했다.

이 단체가 이달 실시했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88%는 정부 책임 잘못을 고발한 사람들이 매우 중요하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 또한 응답자 80%는 내부고발자가 진실을 말하는 과정에서 법을 어겨도 ‘범죄자’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호주 정부가 선거운동자금이나 기후 변화, 이민 문제와 같은 중요한 사회적 의제에 대해 10년 전에 비해 덜 투명해졌다고 봤다. 가디언에 따르면 ‘정보자유법’에 의해 호주 연방정부가 공개를 거부한 문서 건수 증가율은 2018년 전년 대비 163%를 기록했다.

호주 의회는 내부고발자 관련 법안 제정을 검토 중이다. 지난 2년 간 의회는 내부고발자 보호를 위한 법안 22건을 통과시켰지만 현실적으로 미비하다는 지적이 많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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