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하니 이란 대통령 “‘호르무즈 평화 구상’, 유엔에 제안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3일 22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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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료회의서 발언하는 로하니 이란 대통령
각료회의서 발언하는 로하니 이란 대통령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 피격 이후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사진)이 23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평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22일 이란 영문 테헤란타임스에 따르면 로하니 대통령은 이날 테헤란에서 열린 ‘이란-이라크전 39주년 기념 군 열병식’에 참석해 “올해 유엔 총회에서 ‘희망의 동맹’이란 슬로건이 담긴 ‘호르무즈 평화 구상’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평화 구상은 미국이 이란의 군사적 위협을 막는다는 이유로 동맹국과 함께 ‘호르무즈 호위 연합’으로 불리는 군사 동맹체를 만드는 것에 대응하려는 목적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로하니 대통령은 “외국 군대(사실상 미군을 의미)의 주둔은 항해와 석유 유통과 관련된 안보에 위험하다”며 “우리가 가려는 길은 지역 국가들과 통합 및 협력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미국)이 진정으로 지역의 안전을 도모한다면 전투기와 폭탄 같은 위험한 무기를 가져오지 말아야 한다”며 “그들은 이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로하니 대통령의 호르무즈 평화 구상 제안과 관련해 “들어보겠다. 나는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14일 사우디아라비아의 핵심 석유시설 공격을 감행한 대상으로 이란을 꼽고 있다. 또 20일에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에 미사일 방공망 강화를 위해 수백 명의 미군을 추가 파병하기로 했다.

최근 미국과 사우디는 이란이 공격의 배후라는 증거를 계속 공개하고 있다. 무기 전문가들은 사우디 아브까이끄와 쿠라이스 석유시설 등 피격 현장에서 회수한 위성항법시스템(GPS)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 보도했다. GPS 자료가 복원된다면 공격에 사용된 무기의 출처와 비행경로 등을 규명하는 스모킹 건(범죄를 입증하는 결정적 단서)이 될 가능성이 있다.

WSJ는 또 피해를 입은 시설들이 이전과 같은 정상 수준으로 복귀하는 데까지 최대 8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번 공격의 여파로 사우디에서는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6%에 달하는 57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감소했다.

한편 이번 드론 공격을 자신들의 소행이라 주장한 예멘 후티 반군의 일부 지도자들은 이란이 추가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이란을 후티 반군의 배후로 지목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란과 후티 반군 사이에 금이 갔다는 신호라고 WSJ는 분석했다.

카이로=이세형 특파원 turtle@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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