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변신 기술서 출발… 할리우드 시장 당당 진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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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서 ‘델루나’까지 VFX 발전사
국내 업체 수 100여 개 ‘호황’… 출혈경쟁-인건비 상승 과제로

국내 시각특수효과(VFX) 기술은 20여 년 동안 줄기찬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적 수준에 버금가는 진보를 이뤄냈다. 국내에서 컴퓨터그래픽(CG) 기술이 처음 등장한 영화는 ‘구미호’(1994년)였다. 당시 배우 고소영이 여우로 변신하는 과정은 하나의 형체가 전혀 다른 이미지로 변하는 ‘모핑’ 기술을 썼다. 물론 ‘쥬라기 공원’(1993년) 등 미국 할리우드 영화와 비교하면 기술력은 격차가 컸다.

‘쉬리’(1998년)에선 고층 빌딩 폭파와 도심 총격전에 CG가 쓰였다. 지금과 비교하면 길지 않은 분량이었지만 이후 조금씩 활용도는 늘어났다. ‘태극기 휘날리며’(2003년)에선 팔다리가 잘려 나간 군인들을 비롯해 인해전술을 펼치는 중공군이 생생하게 구현됐고, ‘중천’(2006년)에선 실제 배우의 외모로 동작을 대신하는 ‘디지털 액터’ 기술을 선보였다. 그 성과로 한국의 CG업체들이 모여 만든 컨소시엄은 할리우드에 진출해 영화 ‘포비든 킹덤’(2008년)의 특수효과 작업을 총괄하기도 했다.

‘해운대’(2009년)는 CG작업에만 50억 원을 투입했다. 지진해일(쓰나미)이 부산을 덮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2017년부터 개봉한 ‘신과 함께’ 시리즈는 영화에 나오는 장면의 약 90%에 CG를 사용했다. 드라마 역시 영화만큼 카메라 등 장비가 동일해지고 스태프 인적 교류가 정착되며 두 분야의 CG 기술 격차도 해소되고 있는 추세다.

중국 시장 진출은 2010년대부터 이뤄졌다. 덕분에 국내 업체 수도 100여 개로 늘었고, 100명 이상 인력을 가진 대형 업체들도 생겨났다. ‘적인걸2’(2013년), ‘미인어’(2016년), ‘홍해행동’(2018년), ‘유랑지구’(2019년) 등 중국에서 좋은 흥행 성적을 낸 블록버스터 영화에는 매크로그래프, 덱스터스튜디오, 디지털아이디어 등 국내 업체들이 참여했다.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CG 산업의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진출로 활로를 모색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블록버스터 영화가 줄어들고 있다. 게다가 업체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것도 악조건이다. 한 VFX 업체 관계자는 “제작비에서 인건비를 제하면 연구개발에 비용을 투입할 여력이 없다. 일부 대형 업체를 제외한 군소 업체들의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도 걱정거리다. VFX 업계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제작 단가를 올릴 수밖에 없지만 경쟁이 치열해 영업이익을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vfx#시각특수효과#cg 기술#호텔 델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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