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화에 지퍼 달고 팬츠 밑단에 스트링…기본에 디테일 더한 ‘어번테크웨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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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현의 Man IS]

전통적 아웃도어 소재와 아웃포켓 등을 활용했지만 톤다운된 색감을 활용해 캐주얼웨어 느낌을 준 노스페이스 제품. 업체 제공
전통적 아웃도어 소재와 아웃포켓 등을 활용했지만 톤다운된 색감을 활용해 캐주얼웨어 느낌을 준 노스페이스 제품. 업체 제공

매년 신예 래퍼들이 출연해 경쟁하는 TV 프로그램에서 참가자의 패션은 랩 실력만큼이나 화제가 된다. 그런 점에서 참가자들의 다양한 스트리트웨어를 감상하는 것은 이런 프로그램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최근 한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에 흥미로운 착장이 등장했다. 옷에 마스크와 모자가 달려 있고 겉주머니(아웃포켓)가 일반 옷에 비해 매우 많은 것이 특징이다. 마치 군에서 쓰는 탄띠나 낚시조끼 같은 모습이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이 패션 장르는 ‘어번테크웨어(Urban Tech Wear)’라고 부른다. 어번테크웨어는 소재나 디자인의 디테일 등에서 전통적인 캐주얼 의류와는 다른 형태를 띠는데 예술적 독특함과 기능성을 강조한 게 특징이다.

소재는 전통적인 면직이나 모직보다 고어텍스나 코듀라(일반적인 섬유보다 내구성이 강한 소재) 등 기능성 소재를 주로 활용한다. 옷에 테이프를 붙인 듯 섬유를 길게 덧댄 스카치 디테일 등을 활용한 게 특징이다. 평소에는 일반 원단과 겉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빛을 받으면 번쩍거린다. 이러한 소재는 주로 아웃도어 장르의 의류나 액세서리에 많이 쓰인다. 기능성 의류에 스트리트웨어 패션을 접목시킨 게 바로 어번테크웨어다.

어번테크웨어의 스트랩, 멀티포켓, 후드, 마스크 등 다양한 디테일은 ‘택티컬웨어(Tatical Wear)’ 장르와 그 흐름을 같이하는데, 두 장르는 ‘군복’에서 영감을 얻었다. 1, 2차 세계대전이 모두 끝난 후 전쟁용 군수물자가 민간으로 흘러나오면서 다양한 종류의 패션 장르가 생겨났다.

아크테릭스의 베일런스 제품은 방수원단을 적용하고 포켓에 지퍼를 달아 실용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아웃도어 제품의 특성을 가졌지만 데일리 패션으로도 무리가 없다. 업체 제공
아크테릭스의 베일런스 제품은 방수원단을 적용하고 포켓에 지퍼를 달아 실용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아웃도어 제품의 특성을 가졌지만 데일리 패션으로도 무리가 없다. 업체 제공
장교들이 입었던 트렌치코트, 해군의 군복에서 기원된 피코트, 흔히 ‘건빵바지’라고도 부르는 카고팬츠 등이 대표적이다. 어번테크웨어는 군복의 화려한 부분을 극대화시켜 새로운 멋스러움을 주는 동시에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생략해 새로운 아이템을 창조했다. 예를 들어 군화에 지퍼를 달아 편의성을 높이거나 카고팬츠 밑단에 스트링(바지를 조여 주는 줄)을 추가한다. 야상 재킷은 카무플라주 패턴을 좀 더 입체적으로 디자인하고 불필요한 충전재 등을 빼 활동성을 높였다. 야구모자에 방수 소재를 적용하고 브랜드 로고를 넣어 포인트를 살리는 등 기본에 충실하면서 디테일을 살린 게 좋은 예다. 신축성 있는 신소재를 사용해 마치 옷을 입지 않은 것 같은 편안함을 주거나 발열 기능을 넣어 부피를 최소화하면서 보온성을 높이는 것도 어번테크웨어의 방식이다.

예술과 기술은 이율배반적 관계처럼 보이지만 광의적으로 ‘아트(ART)’의 어원에는 기술이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기술의 지향점이 미적 영역까지 닿으면 예술로 승화될 수 있다. 어번테크웨어라는 장르가 최근 유행을 선도하는 것은 패션의 가장 1차원적인 개념인 ‘의(衣)’의 개념과 ‘예술’의 개념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데 있다.

낯선 모습도 여러 번 반복되면 익숙함이 되는 것처럼 어번테크웨어라는 패션 장르가 향후 시장성을 인정받아 패션 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남동현 롯데백화점 남성패션담당 치프바이어


#스타일매거진q#남동현의 man is#어번테크웨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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