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반역죄?[횡설수설/고미석]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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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슨 만델라는 1964년 종신형을 선고받은 뒤 27년 만에 풀려난다. 그때의 죄목은 국가반역죄. 훗날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 흑인 대통령이 됐고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구소련의 반체제 작가 솔제니친은 1974년 조국에서 추방된다. 인권 유린을 고발한 ‘수용소군도’의 국외 출판을 문제 삼은 것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에게 씌운 올가미 역시 반역죄였다. 둘 다 권력자의 입맛에 따라 반역죄를 악용한 사례로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체제를 위협하는 사안이 발생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도 국익에 반하는 이적 행위에 대해선 가차 없이 칼끝을 겨눈다. 따라서 ‘반역’이란 말에는 묵직한 무게감이 실려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반역의 범주와 전개 양상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구글이 중국과 거래하며 반역 행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는 각료회의에서도 구글의 반역죄 주장에 대해 살펴보기를 원한다고 법무장관에게 말했다. 이런 의혹을 제기한 근거는 페이팔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이 14일 전미보수주의콘퍼런스에서 구글과 중국의 유착설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이 분야를 누구보다 잘 아는 위대하고 뛰어난 사람’으로 칭송한 틸은 이날 연설에서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이 구글을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틸은 자신이 투자했던 딥마인드를 구글이 사들여 인공지능(AI)을 구축하고 있는데 이것이 장차 ‘군사용 무기’로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군사적 맥락에서 AI의 활용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 정관계에서는 구글을 향한 비판이 고조돼 왔다. 구글 경영진이 미 국방부와 진행해온 프로젝트에 대해 직원들이 ‘전쟁사업’이라며 반발하자 중단한 반면 중국과는 AI 관련 사업과 연구를 진행하는 데 대한 불만이다. 자국 정부와는 거리를 두면서도 중국 당국과 직·간접적으로 밀착된 중국 기업과 계속 손잡은 것을 비판하는 분위기다.

▷구글 반역죄를 둘러싼 논란을 바라보는 해석은 분분하다. 미 대선을 앞두고 여론에 막대한 영향력을 가진 정보기술 기업에 대한 압박작전이라든가 구글 경쟁사인 페이스북 이사인 틸이 의회청문회가 열린 페이스북 가상화폐 이슈로부터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전략이라는 등…. 그 이면에 복합적 관계가 얽혀 있겠으나 한 가지는 확실하다. 국가의 체제나 정체성이 우리가 이전에 상상할 수 없었던 종류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이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
#반역죄#구글#넬슨 만델라#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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