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브리핑용 내부 문건엔 ‘방파제 인근’ 명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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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브리핑선 “삼척항 인근” 발표… 北어선 경계실패 은폐시도 의혹

군 당국이 17일 북한 어선의 귀순 브리핑에 활용한 내부 보고 문건에는 북 어선의 발견 장소가 ‘삼척항 방파제 인근’으로 적시됐던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국방부 합동조사단에 따르면 당시 브리핑 발표문 등은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 등 수뇌부에 사전 보고된 내부 문건을 토대로 진행됐다. 이 문건은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의 현장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합참 작전 담당 조직에서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은 북 어선이 15일 오전 6시 50분 ‘삼척항 인근’에서 발견됐다고 적시하면서 관련 요도에는 ‘삼척항 방파제 인근’으로도 기술했다고 한다.

하지만 군은 브리핑 내내 이 문건과는 달리 ‘삼척항 인근’으로만 발표했다. 북 어선의 부두 정박과 경계 실패를 감추기 위해 최초 준비 문건에 있던 ‘삼척항 방파제 인근’을 언급하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합조단은 또 문건에는 ‘전반적인 경계작전은 정상적으로 시행됐지만 레이더 운용시스템·요원의 보완 요소가 식별됐다’고 적시됐는데 17일 브리핑에서 “전반적 경계작전에 문제가 없었다”고 발표한 경위도 조사 중이다. 경계 실패의 축소 의도가 있었는지를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 어선은 남하 전 어선 25∼26척과 함께 선단을 이뤄 오징어를 잡았고, 이 오징어를 모선(母船)에 넘기면서 연료인 기름과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선원들이 합동 조사에서 오징어를 큰 배에 곧바로 팔고 그 돈으로 기름을 넣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 어민 4명의 옷차림이 지나치게 깔끔했던 점을 근거로 “정말 오징어잡이를 했느냐”며 귀순 의도를 둘러싼 의혹은 지속되고 있다. 쌀 29kg 등 음식물이 49.3kg이나 발견되는 등 치밀히 계획된 귀순이 아니냐는 것. 이날 이은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북한 선박 입항 당시 사진을 들어 보이며 “(정부 당국 설명과 달리) 오징어잡이 배로 안 보인다. 배 안에 먹물 하나 안 떨어져 있다고 한다”며 “청와대 국가안보실 주도로 이뤄진 이 사건은 국정조사로 대국민 사기극으로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다른 정보위 관계자는 “선원들이 소지한 옷가지와 양말 등이 20개가 되는 사람도 있었다”며 “웃옷만 4, 5벌을 가진 선원도 있었다”고 전했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장관석 기자
#북한 어선#해상 노크 귀순#경계 실패#오징어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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