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파격’ 최고 의전 베푼 北…시진핑의 1박2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21일 22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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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0, 21일 약 27시간 평양에 머무는 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최소 9차례나 만나며 과거 북-중 혈맹을 방불케 하는 전략적 밀착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노동당 핵심 지도부인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 전원을 소개하고 사진까지 찍는 전례 없는 파격을 선보이며 최고 의전을 베풀었다.

시 주석은 21일 오후 평양을 떠나기 전 숙소인 금수산 영빈관을 방문한 김 위원장과 오찬을 겸해 회담했다. 시 주석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김 위원장 부인 리설주도 함께했다. 두 정상은 회담 전 인근 호숫가를 산책했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에게 “현재 북-중은 한가족과 같다”고 말했다. 전날엔 시 주석이 똑같이 말했다.


앞서 시 주석 부부는 평양 모란봉 구역의 북-중 우의탑을 찾아 참배했다. 북-중이 항미원조 전쟁이라 부르는 6·25 전쟁에 참전한 중공군을 기리는 상징물이다. 시 주석은 “북-중 양국이 평화를 수호하려는 결연한 결심을 세상에 분명히 선포하기 위해 참배 왔다”고 했다. 북한의 남침일인 25일을 나흘 앞두고 북-중 정상이 이곳을 찾은 것은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이날 오후 3시경 전용기로 평양을 떠났다.


시 주석이 20일 오전 11시 40분경 평양에 도착했음을 감안하면 체류 시간은 27시간 20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시 주석과 김 위원장은 최소 2차례 회담을 포함해 9번 만났다.>> 특히 20일 시 주석은 노동당 청사 앞에서 노동당 정치국 위원 및 후보위원 전원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했다. 노동당 청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같이 찍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조중(북-중) 두 당 역사에 길이 전할 불멸의 화폭을 남겼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시 주석만을 위한 대형 공연도 준비했다. 둘은 20일 밤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집단체조 예술공연 ‘불패의 사회주의’를 관람했다. 당초 이 공연은 ‘인민의 나라’란 제목으로 3일 개막했지만 김 위원장의 질타로 일부 내용을 바꾼 후 이날 다시 선보였다. 10만여 명이 보통 수개 월을 준비하는 대형 공연을 시 주석 한 사람을 위해 바꾼 셈이다. 공연 중 등장한 중국어 글귀 “시(진핑) 할아버지, 만나서 반갑습니다”도 눈길을 끌었다. 두 정상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勳) 전 중국 부총리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만나는 영상도 등장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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