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이강인과 올림픽, 그리고 병역특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6월 20일 05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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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U-20 축구대표팀 이강인.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한국 U-20 축구대표팀 이강인.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지금 한국축구는 이강인(18·발렌시아) 천하다. 블랙홀처럼 모든 뉴스를 빨아들인다. 10여년 전 ‘슛돌이’ 영상이 다시 인기를 끌고, 옛 스승의 회상이 대문짝만하게 실린다. 가족들 얘기도 쏟아진다. 이강인의 SNS 영향력은 가히 태풍급이다. ‘소속팀 잔류냐 이적이냐’를 놓고 진로에 대한 전망도 줄을 잇는다. 그야말로 이강인 세상이다.

태극전사로서 향후 행보도 관심이다. 2년 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출전에도 관심이 높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이미 최초의 준우승과 골든볼(최우수선수)까지 수상한 마당에 다시 출전한다는 건 난센스다. 동기부여가 없다. 대표팀 성적을 위해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2년 뒤 위상은 지금과는 또 달라져 있을 것이다.

훌쩍 커버린 그의 다음 목표는 당연히 국가대표팀이다. 대표팀에 뽑혀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향해야 한다. 그게 골든볼 수상자의 행보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강조하는 대표팀 스타일에 맞는 선수로 성장해 A매치에 출전하는 게 정상적인 코스다.

아울러 올림픽 출전을 노려야 한다. 축구인생을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다. 올림픽은 23세 이하(연령 제한 없는 와일드카드는 3명)가 출전한다. 18세의 이강인은 U-20 월드컵에서 두 살을 월반했지만, 올림픽은 네 살이나 차이가 난다. 결코 이름값으로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아니다.

올림픽이 중요한 건 병역혜택 때문이다. 운동선수가 가장 걱정하는 게 바로 병역문제다. 국방의 의무는 다해야하지만, 그 시기가 선수로서 한창 주가를 높일 나이인 20대 중반이다. 그 상충된 지점에서 많은 선수들은 고민에 빠진다.

우리나라 운동선수가 병역특례를 받기 위해선 딱 2가지 대회만 가능하다. 정부가 예술¤체육 특기자 병역특례에 대한 개선안을 마련 중인 가운데 현재의 병역법 시행령에 따르면, 아시안게임 1위, 올림픽 3위 이상 입상하면 혜택을 받는다. 이강인이 올림픽에 목표를 둬야 하는 이유다.

이강인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기회는 많다. 만 27세까지 해결해야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0년 도쿄올림픽을 시작으로 2022년 아시안게임, 그리고 2024년 올림픽, 2026년 아시안게임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해결해야 선수로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축구에만 전념할 때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또 이적과 몸값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유럽에서는 이미 우리의 병역문제를 잘 알고 있다. 지난해 손흥민(토트넘)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했을 때는 병역문제가 큰 이슈가 됐었다. 다행히 손흥민은 마지막 기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은 출전하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대회가 아니다. 이강인의 출전여부는 전적으로 김학범 U-23대표팀 감독의 판단에 달렸다. 김 감독은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통해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에게 올림픽은 또 다른 도전이다. 최강의 멤버를 꾸려 정상에 도전하겠다는 각오다.

그렇다면 김 감독은 이강인을 뽑을까. 우선 내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3위 안에 들어야 올림픽 본선 출전권이 주어진다. 그 다음 김 감독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김 감독은 조직력을 강조하는 전술가다. 팀에 도움이 된다면 나이를 따지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팀플레이에 방점을 찍는다. 팀을 위한 선수의 역할을 주시하는 지도자다. 이강인의 경우 U-20 대표팀이 ‘원 팀’을 형성하는데 앞장섰다는 점에서 선발될 가능성이 높은 건 사실이다. 다만, 그때까지 꾸준히 준비하고 성장해야 한다는 게 전제 조건이다. 이름값으로 뽑는 일은 없을 것이다.

최현길 전문기자·체육학 박사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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