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상회담 사흘 앞두고 대미 비난…다목적 포석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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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2월 24일 20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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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중앙통신, 개인 명의 논평으로 “협상 반대파, 심사숙고해야”
2차 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협상력 제고 의도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019.02.24.© News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2019.02.24.© News1
북한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공식 개최를 사흘 앞두고 관영 매체를 통해 미국에 대한 견제구를 날렸다.

조선중앙통신은 24일 오후 발표한 정현이라는 인물의 개인 명의 논평에서 “미국의 조미(북미) 협상 반대파들은 심사숙고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미국의 민주당을 비롯한 협상 반대파’를 향해 “이 중대한 시각에도 온갖 낭설과 가짜 정보로 분칠한 회의론을 유포시키며 음으로 양으로 방해 책동에 매달리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통신은 “얼마 전 미국 국가정보국(DNI) 장관을 비롯한 정보 당국자들이 연방 상원 정보위원회가 조직한 청문회에서 없는 사실을 날조해 북이 여전히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는데 전념하고 있다느니 뭐니 하면서 협상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어 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에 합세해 한 대학의 국제안보협력센터라는 곳은 북이 조미 협상을 진행하는 동안에도 핵연료 생산을 계속했고 다량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추가 생산한 것으로 보인다는 허황한 보고서를 내놓았다”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열린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 댄 코츠 DNI 국장이 출석해 발언한 것과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의 이른바 ‘스탠퍼드팀’이 지난달 11일 발표한 보고서의 내용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흰 것도 검다고 하고 없는 것도 있다고 강짜를 부리는 것”이라며 “남에 대한 의심을 본업으로 하고 거기에 밥줄을 걸고 있는 그들에게서 바른 소리를 기대한다는 것은 수탉이 봉황이 되기를 바라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생각”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 민주당과 함께 춤추고 있는 보수 언론들의 행태 또한 어처구니없다”라며 미 하원의장인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의원의 대북 견제 발언과 CNN 방송의 ‘북한의 미신고 미사일 기지’ 관련 보도를 비난하기도 했다.

통신은 이들의 북미 협상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라며 “조미관계 발전이 미국의 국익에는 유익한 일로 되지만 그들의 정치적 이해타산에는 전혀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민주당을 향해 “민주당이 정권을 잡고 있던 시기 조선 문제를 잘못 다루어 핵무력 완성으로 떠민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미국민을 핵공포의 도가니 속으로 밀어 넣은 채 뒤처리를 현 미 행정부에 떠넘긴 저들의 무능함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는 것을 우려하는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조미 협상 반대파들이 퍼뜨리는 ‘북 비핵화 회의론’에는 현 미 행정부의 대조선 정책을 실패로 유도하고 전반적인 대외 정책에 흠집을 내 그것을 재집권을 위한 정치전 야욕을 실현하는데 이용해보자는 흉심이 깔려 있다”라고 비난했다.

또 “서방에는 ‘남을 밀어 넣을 구덩이를 파다가는 자기가 그 구덩이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격언이 있다”라며 “반대를 위한 반대에 몰두하다 자기의 정체성마저 잃고 보수화되가는 민주당의 정치인들은 이 격언을 자주 외워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남조선의 어느 한 야당 대표가 미 국회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만 지지해주면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반도의 평화를 이룩하는데 크게 공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 것은 새겨볼 만한 조언”이라며 “미국의 조미 협상 반대파들은 제 발등만 내려다볼 것이 아니라 머리를 들고 앞을 바라보며 무엇이 득이고 무엇이 실인지 이성 있는 안목을 가지고 가려보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신은 트럼프 행정부를 향해서도 경고성 발언을 내놨다.

통신은 “미 행정부는 반대파 세력에 휘둘리다가 조미 협상을 교착에 빠뜨렸던 지난해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며 “잡다한 시비질에 귀 기울이며 이 눈치, 저 눈치 보다가는 조미관계 개선과 세계평화라는 세기적인 위업을 달성하려는 꿈이 깨지고 희귀하게 찾아온 역사적 기회를 놓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통신의 이날 보도는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앞두고 여론 조성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날 당국 차원의 입장이 아니라 개인 명의 논평으로 ‘톤 조절’을 하는 모양새다. 정상회담 분위기 자체를 망치지는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비난의 대상으로 민주당과 미국 언론 매체를 겨냥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겨냥하지는 않으면서 대미 협상력 제고를 위한 차원의 행보로 풀이된다.

비핵화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 즉 ‘보상’을 받아야 하는 북한의 입장에서 다각적 계산이 실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에 비판적 세력에 대해 강한 톤으로 비난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힘을 실어줌과 동시에 정상회담 협상 테이블에서의 요구사항 관철 수준을 높이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이날 필자로 명기된 ‘정현’이라는 인물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12월 20일에도 정현 명의로 발표한 논평에서 “우리는 제재 따위가 무섭거나 아파서가 아니라 그것이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진정성을 판별하는 시금석이기 때문에 문제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대미 견제 입장을 냈다.

이에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2월 13일에는 북미 협상의 교착을, 12월 8일에는 대북 해상 봉쇄를 정현 명의의 논평으로 발표해 미국을 비난한 바 있다.

통신은 지난 2017년 5월 22일 발표한 정현 명의의 논평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미 특사 파견을 들어 “친미 사대 근성과 대미 굴종 정책과 결별하라”라고 비난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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