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열차로 中 지나는 김정은에 특급 배려…곳곳 열차운행 중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4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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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더~창사~구이린 등 남동부 구간 25일 하루종일 운행 중단
철도 당국 “상부 지시로 중단, 긴급 공지”
26일 중국-베트남 접경 핑샹~난닝 구간도 운행 중단
김정은, 돌아갈 땐 일부 구간 전용기 이용 관측

23일 오후 10시 20분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특별전용 열차가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시를 잇는 북-중 우의교(압록강철교)를 넘어노는 장면이 동아일보 채널A 취재진에 포착됐다
23일 오후 10시 20분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특별전용 열차가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시를 잇는 북-중 우의교(압록강철교)를 넘어노는 장면이 동아일보 채널A 취재진에 포착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 하노이로 향하는 길에 5시간이면 도착하는 항공편 대신 중국서 약 48시간을 보내야 하는 열차행을 택했다. 23일 오후 9시 20분(현지 시간) 북-중 접경 단둥(丹東)시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을 거치는 대신 24일 오후 1시경 인근 톈진(天津)을 경유해 중국-베트남 접경 최남단 중국 기차역인 핑샹(憑祥)으로 향했다. 베이징을 거치지 않은 데 대해 외교 소식통은 “북-미 회담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자극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본보가 파악한 중국의 일반 열차편 중단 상황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은 25일 저녁 핑샹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소식통들은 “남동부 창더(常德)~창사(長沙)~구이린(桂林) 철도 구간의 열차가 25일 하루종일 운행이 중단됐다”고 전했다. 중국 철도 당국은 “상부의 지시를 받아 긴급 공고를 냈다”고 밝혔다. 경유 가능성이 제기된 광저우(廣州)에서는 아직 징후가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운행 중단 상황을 종합하면 김 위원장의 동선은 톈진~창사~구이린~난닝(南寧)~핑샹으로 관측된다. 24일 핑샹역에는 지방 정부 간부들이 나와 철로를 점검했고 역 주변 통제도 대폭 강화됐다.

특히 김 위원장이 베트남 방문을 마친 뒤 귀국길에는 비행편을 이용할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포착됐다. 핑샹역이 있는 충쭤(崇左)시는 23일 돌연 공고를 통해 “난닝역에서 핑상역으로 가는 25일 오후 3시 28분~8시 22분 열차편을 임시 중단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이 시간대에 난닝~핑샹 구간을 통과할 것을 예고한 셈이다. 충쭤시는 이뿐 아니라 김 위원장이 하노이 도착한 시점인 26일에도 “핑샹역에서 난닝역 가는 오전 10시 10분~오후 3시 19분 열차편을 임시 중단”한다고 공고했다. 이에 따라 특별열차가 먼저 하노이를 떠나 중국의 다른 지역으로 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즉 김 위원장이 하노이에서 비행기를 이용해 중국의 특정 도시까지 간 뒤 열차를 타고 귀국하거나 아예 비행편으로 평양으로 향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은 수상 시절인 1958년 베트남 방문 때 하노이~광저우를 비행기로 이용하고 광저우~평양을 기차로 이동했다. 김 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6년 광저우, 선전(深¤), 주하이(珠海) 등을 찾아 중국 남부의 개혁개방 성과를 관찰했다. 김 위원장이 귀국길에 아버지처럼 남부를 돌아볼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김 위원장 집안 3대에 걸친 열차 방문의 전통을 동원해 북-중 혈맹의 우의를 과시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북한 뒤에 중국이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 대미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교 소식통은 “북-중 접경인 단둥에서 중국-베트남 접경인 핑샹에 이르는 열차 구간 곳곳에서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 운행을 위해 중국 열차편이 일시 운행이 정지되고 있다”고 전했다. 3월 1일까지 춘제(春節·중국의 설) 특별 운송기간으로 승객 수요가 급증한 시기인데도 시 주석이 김 위원장에게 특별대우를 한 것은 중국이 북한의 든든한 지원자임을 강조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에 개입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 하이와이왕(海外網)은 24일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로 모두 열차로 중국에 오는 것을 좋아했다. 김 위원장의 열차 이용은 그가 중국에 대해 특별히 안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열차 이동 시간이 적지 않은 만큼 김 위원장이 중국의 발전과 변화를 깨달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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