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부 한국당 의원의 反역사적이고 자기파괴적인 5·18 모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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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공청회’에서 5·18민주화운동을 모독하는 발언들이 쏟아졌다. 이 의원은 “광주폭동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민주화운동이 됐다”며 “다시 뒤집을 때”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순례 의원은 “좀 방심한 사이 정권을 놓쳤더니 종북 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고, 발표자인 지만원 박사는 “전두환은 영웅”이라고 지칭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은 신군부의 쿠데타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희생이었다. 비상계엄 전국 확대에 항의하는 대학생들을 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유혈사태가 촉발돼 무장투쟁으로까지 확대됐다. 군사정권에 의해 폭동, 폭도로 매도당했지만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진상조사가 이뤄져 1997년 5월 법정기념일로 지정됐다. 이런 5·18민주화운동을 근거없이 폭동으로 매도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피땀 흘려 이룬 자유민주주의 근본정신마저 부인하는 처사다. 더구나 전두환 노태우 등 신군부 주도 세력이 반란죄 등으로 단죄받은 건 한국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이 여당이던 김영삼 정부 때였다.

더 실망스러운 것은 한국당 지도부의 태도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9일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가 비난이 증폭되자 10일 “이미 밝혀진 역사에 대해 우리가 거꾸로 가는 건 맞지 않다”고 뒤늦게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막말이 탄핵 이후 갈수록 우경화된 목소리에 휘둘리는 한국당 내부구조가 빚은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민주화 역사와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모독하는 행태에 단호히 대처하지 못한다면 보수 재건을 위한 노력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해당 의원들에 대한 중징계는 물론 희생자 유가족에게 당 차원의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자유한국당#5·18 민주화운동 모독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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