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내 유일한 취미는 롤플레잉 게임… 그외엔 오로지 록에 대한 생각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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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합동공연 위해 방한 ‘엑스저팬’ 출신 기타리스트 파타

예전만 못한 록의 인기에도 엑스저팬 기타리스트 파타는 “유행은 돌고 돈다”며 개의치 않았다. 그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록의 부흥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싶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예전만 못한 록의 인기에도 엑스저팬 기타리스트 파타는 “유행은 돌고 돈다”며 개의치 않았다. 그는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록의 부흥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싶다”고 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전설’의 기타 선율엔 흔들림이 없었다. 8일 오후 10시 서울 마포구 프리즘홀에 모인 록 마니아 100여 명은 일본의 전설적 헤비메탈 밴드 ‘엑스저팬’의 기타리스트 파타(본명 이시즈카 도모아키·53)에게 탄성을 내질렀다. 그는 이날 열린 한일 합동 록 콘서트 ‘란게이트: 서울-도쿄 핫라인’에 자신이 이끄는 밴드 ‘라인(Ra:IN)’을 이끌고 내한했다.

이날 콘서트 직전 공연장 근처 카페에서 파타를 만났다. 가녀린 체구에 희끗희끗한 긴 곱슬머리를 한 그에게서 도인의 풍모가 느껴졌다. ‘비주얼케이’(visual系·화장과 무대 매너가 특징적인 일본 록의 한 갈래)의 효시로 불렸던 엑스저팬 멤버로는 상상하기 힘든 모습. 그는 “개인적으로 ‘비주얼 밴드’ 수식어가 정말 싫었다. 사실 그다지 어울리지 않기도 하다”며 수줍게 웃었다.

5번째 내한인 그에게 한국은 “항상 추웠던 나라”다. 그는 2000년대 밴드 ‘도프 헤츠’의 멤버로 수차례 한국에서 공연했다. 그는 “2011년 10월 엑스저팬 첫 내한공연 때도 눈이 내렸다”며 “손가락이 얼어 기타를 못 칠 뻔한 적도 있다”고 회고했다.

1997년 해산한 엑스저팬은 2007년 재결합했다. 나이가 들면서 밴드 생활도 변했다. 그는 “젊을 때보다 멤버들이 건강에 관심이 많아졌다”며 “건강식을 서로 추천해주기까지 한다”고 했다. 2016년 건강이 악화돼 중환자실 신세를 지기도 했다. 당시 예정됐던 영국 웸블리 아레나 공연도 1년 뒤로 미뤘다.

“설마 내가 공연을 취소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라이브를 날리는 건 요시키(엑스저팬 드러머)의 특권이었는데, 하하. 지금은 말끔히 다 나았습니다.”

가장 큰 관심사인 엑스저팬의 새 앨범은 현재 마무리 단계라고 한다. 그는 “기타 파트 녹음은 이미 마쳤다”며 “앨범 전체를 한 번에 들어보진 않았지만 한 곡 한 곡 들어보면 전작에 비해 꽤 많은 변화들이 있다”고 평했다.

신비로워 보이는 이 록스타의 취미는 놀랍게도 롤플레잉게임(RPG)이다. 그는 “집에서 게임을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했다. 그것 말곤 오로지 록에 대한 생각뿐.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케이팝(K-pop)도 “솔직히 잘 모른다”며 웃었다.

“매번 무대에서 팬들을 바라보면 ‘내가 왜 여기에 있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을 얻습니다. 몸이 허락하는 데까지 록을 하고 싶어요.”

조심스러웠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1998년 요절한 엑스저팬 기타리스트 히데 이야기를 꺼내자 ‘글자 그대로’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엑스저팬 전성기를 함께했기에 “히데와의 추억이 더 각별하다”며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특별히 하나의 기억을 꼽기는 참 어렵네요. 기타를 잡고, 무대를 오를 때마다 그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그는 지금도 내 삶 어디에나 항상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엑스저팬#파타#한일 합동 록 콘서트#란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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