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영미]흑산도에도 소형 공항 설치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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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동신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김영미 동신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이달 7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흑산공항건설 종합토론회를 참관했다.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19일 예정된 흑산공항 건설 최종 심의를 앞두고 찬반 입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필자도 지방대학에서 관광을 가르치고 공부하는 학자로 흑산공항 건설을 갈망해 토론을 보고 의견을 개진했다.

흑산도는 홍도, 가거도 등 10개의 유인도와 65개의 무인도를 포함한 군도를 이루고 있고 국토 최서남단에 위치하고 있다. 과거 2만여 명이 살던 이곳은 인구가 계속 줄어 현재 4400명이 살고 있다. 지금도 관광객을 빼면 섬에서 젊은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동과 생계의 어려움으로 계속 섬을 떠날 수밖에 없어 국토 수호에도 문제가 따른다. 중국 어선이 불법 어로를 일삼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2011년 국토교통부는 서남단 흑산도와 동단 울릉도를 더 이상 사람이 떠나지 않는 섬으로 만들려고 공항을 건설하기로 했다. 국책사업 일환으로 소규모 공항 건설 계획을 마련해 2020년 개항을 목표로 준비 절차에 들어갔다.

그런데 흑산도는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이라 공원 계획을 변경하려면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위원회가 환경 문제로 제동을 걸어 3년째 심의가 보류됐고 19일이 최종 심의다. 반면 울릉도는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를 받을 필요가 없어 공항 건설이 확정됐고 2022년 개항을 앞두고 있다.

흑산도 주민들은 뱃길로 육지를 왕래해야 하는데, 목포까지 쾌속선으로 2시간이 걸린다. 기상 악화에 따른 결항일수는 1년에 120일가량으로 이때는 뱃길이 끊겨 오갈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

방문객 입장에서 살펴보자. 이곳은 천혜의 자연환경과 유적지, 홍어 등 수산물이 이름난 관광명소다. 그런데 접근성이 문제다. 육로 이동시간과 여객선 대기시간 등으로 전남권에서도 거의 반나절이 걸린다. 수도권에서는 거의 하루가 필요하다. 바닷길도 험난해 쾌청한 날씨에도 높은 파고로 뱃멀미를 한다. 뱃길에만 의존해 애로가 많다.

흑산도에 항공기를 취항하면 서울에서도 1시간대에 갈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주민들의 육지에 대한 접근성 제고다. 주민들도 정기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고 생계를 위해 육지를 수시로 나가야 한다. 뱃길이 막혀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은 최소화해야 한다.

토론회장까지 일부러 오셔서 “흑산도에서 살아보지도 않은 이들이 왜 우리의 간절한 숙원사업을 깎아내리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던 흑산도 어르신들의 걱정 어린 눈망울이 잊혀지지 않는다.

흑산공항 건설 심의를 앞두고 지금까지 찬반 양측에서 할 일은 충분히 다 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상대방의 주장도 경청할 만큼 했다. 관계기관 공직자와 민간단체 위원들의 헌신적인 노고에 존경심을 표한다. 이제 열쇠를 쥔 국립공원 위원들이 국가균형발전과 흑산도 미래세대를 위해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기 바란다.
 
김영미 동신대 관광경영학과 교수
#흑산도#공항#균형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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