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차 ‘퍽’→실탄 ‘탕’→특공대 투입…‘거가대교 음주난동’ 극적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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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9월 11일 13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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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산지방경찰청
사진=부산지방경찰청
술에 취한 50대 운전자가 25톤 트레일러 차량을 타고 부산과 경남 거제를 잇는 거가대교와 인근에서 5시간 동안 난동을 부린 이른바 ‘거가대교 음주난동’ 사건은 경찰이 실탄을 사용하고, 특공대가 출동할 정도로 긴박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웬만한 영화보다 더 극적인 전개가 이뤄졌다.

11일 부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거가대교 음주난동 사건은 전날 오후 11시 33분경 술에 취한 트레일러 운전자 김모 씨(57)가 경찰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김 씨의 최초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신고 장소로 출동했지만, 김 씨는 “신고를 취소한다”면서 전화를 끊는 등 비협조적으로 반응했다.

김 씨는 오후 11시 52분경 다시 경찰에 전화를 걸어 “사고를 치겠다”고 말했고, 경찰은 약 4분 뒤인 11시 56분경 거가대교시설공단 차량과 가드레일을 충격하고 정차해 있는 트레일러를 발견했다.

경찰은 트레일러와 30m 떨어진 지점에 순찰차를 세우고 김 씨에게 트레일러에서 내릴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 씨는 차량 문을 잠근 채 하차 지시를 거부했다.

약 40분의 하차 설득에 불응하던 김 씨는 12일 오전 0시 40분경 트레일러를 전방으로 몰아 순찰차를 추돌한 뒤 계속 운행했다. 이에 경찰은 위험 방지를 목적으로 공포탄 1발, 실탄 3발을 트레일러 운전석 쪽 앞바퀴에 발사했다.

트레일러를 멈춰 세운 경찰은 오전 0시 44분경 김 씨가 투신할 것을 대비해 해경과 소방의 공동 대응을 요청했다. 이에 오전 1시 5분경 구급차 2대, 창원해경 구조정 2척이 현장에 도착해 만일의 상황을 대비했다. 오전 2시 24분경에는 경찰특공대까지 출동했다.

대치가 이어지던 오전 4시 58분경 김 씨는 거가대교 위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후방차량 교통을 방해하다가 경찰에 “바다로 뛰어 내리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이어 김 씨가 조수석 문을 통해 바다로 뛰어내리려고 하자 경찰특공대는 운전석 및 전면유리를 깨고 트레일러 내부로 진입해 차량 밖에서 대기 중인 경찰과 합동으로 김 씨를 검거했다.

경찰 조사결과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에 해당하는 0.069%였다. 경찰은 특수공무집행방해·일반교통방해·음주운전·사고후미조치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지입차주제(개인 소유의 차량을 운수 회사 명의로 등록해 일하는 형태)에 대한 불만으로 술에 취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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