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규제완화 입법 직접 챙기기로…당 장악력 강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1일 06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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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규제혁신 입법 전면에 나섰다. 지난달 임시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 법안 등 핵심 규제혁신 법안 통과가 무산되자 이 대표가 이 법안들의 입법을 직접 챙기기로 한 것. 이 대표가 당정청 소통에 이어 원내 현안까지 개입하며 당 장악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민주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홍영표 원내대표, 서영교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참석한 5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은산분리 완화 법안 등 민생·규제혁신 쟁점 법안들의 협상 상황을 보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은산분리 완화 등을 둘러싼 당내 이견을 빨리 해소하고 정기국회에서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며 원내지도부 협상에 진척이 없으면 본인이 직접 나설 뜻을 밝혔다고 한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여야 대표가 만나는 정례모임인 ‘초월회’를 야당 대표들과 직접 쟁점 법안 협의를 하는 창구로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5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 오찬 회동에서 이 대표 등 여야 5당 대표는 당적을 초월한 모임이란 의미의 ‘초월회’를 만들어 매달 첫 월요일 점심 때 만나기로 했다. 

원내 협상 상황까지 일일이 챙기는 이 대표의 행보를 당내에서는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당 대표는 원내대표의 권한을 침해할 수 있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원내 협상에는 가급적 관여하지 않았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이 규제완화 법안 통과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이 대표가 직접 총대를 메고 ‘악역’을 자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6년 전 민주통합당 대표 시절에도 이 대표는 당 전반을 꼼꼼히 챙기는 스타일이었다”고 말했다.

대표 취임 이후 이 대표가 단행한 주요 당직 인선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난다. 이 대표는 ‘탕평 인사’를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 윤호중 김경협 김성환 의원 등 측근을 사무총장과 제1사무부총장, 비서실장에 각각 배치했다. 2020년 총선 공천 룰을 정하거나 당의 인사와 재무를 총괄하는 핵심 보직을 ‘이해찬 사람들’이 모두 차지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2년 뒤 총선 공천에서 이 대표가 특유의 ‘그립(장악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예상도 벌써부터 흘러나온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대표 경선 과정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투명하고 객관적인 상향식 공천, 예측 가능한 시스템 공천으로 2020년 총선에서 승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와 관계가 좋지 않은) 비주류 다선 의원들은 어느 정도 긴장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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