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실점해도 5할 승률…두산이 강한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9월 11일 05시 30분


두산 베어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두산 베어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야구에서 선취점은 승리를 담보하지 않는다. 하지만 승리로 가는 지름길을 안내하는 이정표로는 훌륭하다. 10일까지 KBO리그에서 선취점을 따낸 팀의 승률은 0.638에 달한다. 바꿔서 얘기하면 먼저 실점한 팀의 승률은 0.362에 불과하다.

● 선제 실점 후 승률 5할…두산에 도전하는 두산

이처럼 보편적으로 선취점을 내준 팀이 경기를 뒤집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는 두산 베어스에게는 이러한 공식이 통용되지 않는다. 두산은 올 시즌 선제 실점한 53경기에서 27승26패를 기록했다. 승률은 0.509, 이 부문 압도적 1위다.

시즌 승률이 0.647에 달하는 두산이기에 5할을 갓 넘는 승률은 다소 낮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두산 다음으로 선취점을 빼앗긴 경기에서 많이 승리한 팀인 한화 이글스의 기록을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한화는 선제 실점한 61경기에서 26승35패, 승률 0.426을 기록했다. 4할을 조금 웃도는 성적임에도 이 부문 2위다. 두산과 한화를 제외하면 선취점을 내주고 4할대 승률을 기록한 팀도 없다. 리그 2위 SK 와이번스도 먼저 점수를 내준 뒤 14승35패1무, 승률 0.286을 거두는 데 불과했다. 두산의 위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두산은 올 시즌 5회까지 뒤진 경기에서도 11승34패, 승률 0.244로 1위다. 뒷심의 두산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먼저 실점한 뒤 승률 5할을 넘긴 사례는 단 하나뿐이다. 바로 ‘2018 두산’의 유일한 라이벌로 꼽히는 ‘2016 두산’이다. 당시 두산은 70경기에서 38승31패1무, 승률 0.551을 거뒀다. 강한 뒷심으로 리그를 지배했음이 엿보인다.

두산 김재환(왼쪽)-양의지. 스포츠동아DB
두산 김재환(왼쪽)-양의지. 스포츠동아DB

● 탄탄한 마운드+폭발적 타선=강한 뒷심

비결은 단연 마운드다. 두산 투수들은 3점차 이내 열세 상황에서 평균자책점 3.78을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은 0.251이며 피OPS(출루율+장타율)는 0.709에 불과하다. 모두 리그 최저 기록이다. 두산의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은 5.03이며 피안타율은 0.280, 피OPS는 0.782다. 세 기록 모두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좋아진다.

선발부터 불펜을 가리지 않고 열세 상황에서 힘을 펄펄 내기는 매한가지다. 조쉬 린드블럼은 3점차 이내로 밀리는 상황에서 피OPS 0.650으로 상대를 철저히 봉쇄한다. 세스 후랭코프 역시 3점 이내 열세 때 피OPS 0.711로 준수하다. 필승조 자원들은 보직 특성상 밀리는 상황에 등판할 기회가 자주 없다. 하지만 김승회(0.717), 박치국(0.680) 등 핵심 불펜 멤버들은 3점 이내 열세 상황 피OPS에서 리그 최강을 다툰다.

타자들의 해결사 본능은 지고 있을 때 더욱 매섭게 발휘된다. 주축 타자 김재환과 양의지는 3점차 이내 열세 상황에서 8개의 홈런을 나란히 때려냈다. 최주환과 김재호, 오재일, 오재원 등 핵심 자원들도 같은 상황에서 4홈런씩을 합작했다. 마운드의 높이와 타선의 뚝심이 두산의 팀 컬러인 강한 뒷심의 출처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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