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고기정]中 WTO 가입 10년 “결국, 개방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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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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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세에 나라를 파는 매국적 행위다.”

10여 년 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추진할 때 이를 반대하는 세력과 거대 국영기업들의 반발은 격렬했다. WTO 가입 결정을 주도한 장쩌민(江澤民) 당시 주석과 주룽지(朱鎔基) 총리에게 당 내부에서 비난이 집중됐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정치 성향과 무관하게 개방의 성과를 자축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그때의 결단을 이끌었던 장 주석과 주 총리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평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2일 WTO 가입을 추진하던 1999년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그해 11월 15일 아침, 샬린 바셰프스키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베이징(北京) 서우두공항으로 향하는 차에 짐을 실었다. 중국의 WTO 가입 조건을 놓고 5일간의 협상을 벌였지만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채 빈손으로 귀국하려던 것.

그때 주 총리에게서 연락이 왔다. “내가 갈 테니 기다려 달라. 직접 얘기하자.”

당시 상무부 부부장이던 웨이젠궈(魏建國)는 “내 귀를 믿을 수가 없었다. 주 총리는 그때 한 해의 가장 중요한 경제 관련 모임인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주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고 회고했다.

주 총리는 바셰프스키 대표에게 최후의 제안을 내놓았다. “어제 최고지도부가 모여 우리가 양보할 수 있는 한도에 합의했다. 나는 이제 더 양보할 게 없다.”

그는 또 “만약 우리가 이 역사적인 기회를 잃는다면 앞으로 더는 기회가 없다”며 미국을 설득했다. 양측이 마주한 건 한 시간 남짓. 결국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영화산업 개방 문제를 마무리 짓는 데 성공했다. 이후 2년 뒤 중국은 WTO 가입국이 됐다.

고기정 베이징 특파원
고기정 베이징 특파원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11일 WTO 가입 10주년 행사에서 “중국의 발전은 세계를 떠나서 이뤄질 수 없고, 세계의 번영과 안정은 중국을 벗어나 이뤄질 수 없다”며 개방만이 정답이었음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당시 장 주석이 주 총리의 막판 협상을 허락하지 않았다면, 주 총리가 미국과의 담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면 오늘날의 중국은 없을지도 모른다. 이와 함께 정치적 견해가 다를지언정 한 번 합의된 결과를 묵묵히 따라준 중국 지도부의 지원 또한 주요 2개국(G2) 중국을 있게 한 동인(動因)이었다.

고기정 베이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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