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고기정]‘공자세계평화상’ 없던 일로… 공자는 뭐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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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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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정 베이징특파원
고기정 베이징특파원
중국은 6일 지난해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되자 이에 맞불을 놓기 위해 제정한 ‘공자평화상’ 시상을 중단하고 ‘공자세계평화상’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저녁 이 상마저 잠정적으로 철회하기로 했다. 공자의 얼굴에 두 번이나 먹칠을 한 셈이다.

경위는 이렇다. 중화사회문화발전기금회라는 정부등록기관은 작년에 급조된 공자평화상 대신 공자세계평화상을 만들기로 했다. 공자평화상은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만든 상이었다. 형식상 민간단체가 만들었지만 관영매체들이 비중 있게 보도하는 등 순수한 민간의 뜻으로 보는 사람은 없었던 게 사실이다.

공자평화상은 첫 수상자로 선정된 롄잔(連戰) 전 대만 부총통이 시상식에 오지도 않는 등 출발부터 삐걱댔다. 이런 이유 등으로 중국 문화부는 지난달 29일 이 상의 선정위원회 측에 제2회 공자평화상 시상식 계획을 취소하라고 명령했다. 공자세계평화상의 탄생은 이처럼 부자연스러운 과정을 거쳤다. 작년 버전과 바뀐 게 있다면 이번에는 정부가 직접 주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오후 중화사회문화발전기금회는 중국 문화부 웹사이트에 “시상과 관련한 일체의 활동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세 문장짜리 통지문을 올렸다. 일부 교수의 아이디어였을 뿐 상부의 허락을 받은 게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중국은 여전히 노벨평화상 관련 논란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듯하다. 이런 혼란은 근본적으로 보편적 가치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물론 중국 정부의 관점에서 보면 류샤오보의 노벨평화상 수상자 선정은 중국 체제에 대한 서구의 도전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인권과 민주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체제와 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는 한 이런 논란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불과 수십 년 전 공자의 철학을 계급론적 관점에서 부정했던 중국이 이제 그를 앞세워 알맹이 없는 세계평화를 논하고 있는 것도 결국은 철학의 빈곤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고기정 베이징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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