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달러그늘」탈출 안간힘…현실적 가능성은 희박

  • 입력 1998년 3월 10일 19시 01분


‘달러 의존도를 줄여라.’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탈(脫)달러’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나친 달러 의존이 외환위기를 증폭시켰다는 반성 때문이다. 한달음에 달러로부터의 독립을 이루기는 어렵겠지만 이들의 움직임은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움직임〓탈 달러 노력은 크게 세 갈래로 진행되고 있다.

먼저 동남아 국가들간에 이루어지는 무역거래 결제를 달러가 아닌 역내 화폐로 대체하자는 것이다. 지난달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4개국은 역내 거래시 자국 통화를 사용키로 합의했으며 동남아국가연합(ASEAN) 9개국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다음은 일본과 동남아 국가들간의 무역거래에서 엔화의 사용을 늘리자는 ‘엔통화권론’이다. 엔화를 중심통화로 한 기금을 조성, 각국 통화가치의 안정을 위한 토대로 삼자는 주장도 작년 아시아통화기금(AMF) 창설논의 이후 제기되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유럽공통화폐인 ‘유러’처럼 동남아 공통화폐 ‘아시안(가칭)’을 만들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전망〓이같은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탈 달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가 결제통화로 쓰이는 것은 통화가치가 안정돼 있기 때문이지 누가 시켜서가 아니다. 수출대금을 말레이시아 링기트화나 태국 바트화가 아니라 달러로 받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세 갈래 움직임 중 상대적으로 실현가능성이 높은 것은 엔 통화권론. 엔화가 기축통화 기능을 분담할 경우 일본은 달러수요를 줄일 수 있으며 따라서 일본 기업의 환위험도 줄어든다. 엔화에 대한 수요로 엔화가 평가절상되면서 엔화표시 자산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일본 금융기관들의 재무구조도 개선된다. 일본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동남아의 경제성장 기반은 미국 등 서방선진국에 대한 수출에 있었던 만큼 달러의존은 여전하리라는 것이다. 일본기업조차도 점차 엔화보다 달러결제를 선호하는 추세다.

엔화 국제화에 대한 일본내 반대 목소리도 크다. 김광수(金光洙)노무라총합연구소연구원은 “엔화가 국제화되는 경우 일본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한 자율성이 제한받게 돼 금리나 통화량을 자국 실정에 맞게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대장성과 민간기업의 반대가 많다”고 말했다.

〈구자룡·김승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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