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4승 고진영, “이 코스에 있는 신이 나를 응원했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8월 26일 1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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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고진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세계랭킹 1위’ 고진영(24·하이트진로)이 시즌 4승째를 따냈다. 26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로라의 매그나 골프클럽(파72·6709야드)에서 벌어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캐나다 퍼시픽(CP) 여자오픈(총상금 225만 달러·약 27억4000만 원) 4라운드에서 8개의 버디를 기록하며 최종합계 26언더파 262타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2위를 차지한 니콜 브로흐 라르센(덴마크)에 무려 5타나 앞선 압도적 1위였다. 4라운드 72개 전 홀을 보기 없이 마치며 우승하는 진기록도 세웠다.

결과적으로는 쉬운 우승이었지만 고비는 있었다. 최종라운드 파5 9번 홀이었다. 6번 홀 버디에 이어 8번 홀에서 장거리 버디퍼트를 성공시키며 단독선수로 뛰쳐나간 고진영은 투온을 노렸지만 우드 샷이 문제를 일으켰다. 그린까지 284야드를 남기고 선택한 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갔다.

캐디 데이빗 브루커의 조언대로 긴장해소를 위해 검을 씹으며 여러 상황을 살펴본 고진영은 결정을 내렸다.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했다. 비록 벌타를 하나 먹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적인 판단이었다. 그린까지 63m를 남겨둔 고진영은 러프에선 친 4번째 웨지 샷을 홀컵 2m 가까이 붙였다. 침착하게 파 퍼트마저 성공시키며 위기를 넘겼다. 라르센이 이날 2번째 버디로 20언더파 공동 선두를 만들었지만 경기는 이 홀을 계기로 전혀 달라졌다. 위기에서 벗어난 고진영은 후반 6개의 버디를 추가하며 경쟁자들을 압도했다. 3라운드 28개의 퍼트에 이어 4라운드도 26개의 퍼트로 경기를 마치며 시즌 4승이자 대한민국 여자선수들의 이번 시즌 LPGA 투어 12승째를 완성했다.

경기 뒤 공식인터뷰에서 취재진들이 가장 관심을 가진 것은 72홀 노보기와 9번 홀의 상황이었다. 고진영은 “72홀 노보기 우승은 나도 처음 경험한 것이다. 스스로도 대견하다고 생각한다. 3라운드를 마치고 주위에서 노보기라고 알려줘서 도전해보기로 했다”며 “오늘 8개의 버디를 했지만 가장 기억나는 샷은 9번 홀의 4번째 샷이다. 운이 따르지 않아 티샷이 숲 속으로 갔는데 파로 막았다. 내게는 거대한 파였다”고 경기를 복기했다.

고진영은 18번 홀 그린으로 이동할 때 동반자 브룩 핸더슨(캐나다)과 손을 잡고 걸어가며 나눈 얘기도 공개했다. “수많은 관중들을 보고 핸더슨에게 ‘모두 너를 위한 팬이야’라고 하자 핸더슨이 ‘아니야, 오늘은 너를 위한 팬이야’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나는 핸더슨을 더 좋아한다”고 했다.

고진영은 또 “이 코스에 있는 신이 나를 도와주고 응원한다고 생각했다. 많은 관중들이 누구를 응원하건 신은 나를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우승했으니까 한국으로 돌아가서 가족 친구 매니저와 그동안 못했던 우승자축 파티를 하겠다”고 밝힌 뒤 “그동안은 시간이 없어서 부모님과도 오래 있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생각이다. 물론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라며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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