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올림픽 남자축구, 24세도 뛰게 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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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선 헌신했는데 본선 못 간다니”… 오래 손발 맞춘 일본도 동조세
원두재-이동경 등 규정변경 촉각… “좋은 결론 바라면서 훈련에 집중”

“선수 인생에 있어서 정말 소중한 올림픽입니다. 개최 시기가 늦춰졌으니 참가 연령도 확대됐으면 좋겠습니다.”

1월 태국에서 끝난 도쿄 올림픽 최종예선(아시아축구연맹 23세 이하 챔피언십)에서 한국의 우승과 함께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끈 원두재(23)와 이동경(23·이상 울산)은 25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걱정과 기대가 섞인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올림픽이 내년으로 연기되면서 출전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올림픽 남자 축구는 나이 제한이 없는 와일드카드(최대 3명)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가 23세 이하여야 한다. 최종예선 멤버 중 대회 최우수선수(MVP)인 원두재와 이동경 등 11명과 본선 합류가 유력한 유럽파 백승호(23·다름슈타트) 등 1997년생들은 내년에 24세가 되기 때문에 현 규정이 유지되면 올림픽에 나갈 수 없다. 와일드카드는 성인 대표팀(A대표팀) 멤버 중에 선발될 가능성이 높다. 올림픽 메달 획득 시 병역 혜택도 받기 때문에 선수들은 올림픽 연기 소식에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원두재는 “동료들과 ‘원 팀’으로 동고동락했는데…. 올림픽 무대를 함께 밟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동경은 “규정은 선수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것이다. 좋은 결론이 나길 바라면서 훈련에 집중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1997년생들을 주축으로 팀을 꾸려온 김학범 감독(60)의 머릿속도 복잡해졌다. 그는 “올림픽이 연기돼 아쉽지만 건강이 더 중요한 것이기에 옳은 판단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참가 연령 등 규정이 정리되기를 차분히 기다릴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올림픽 본선행에 성공한 다른 국가에서도 참가 연령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호주 브리즈번타임스에 따르면 그레이엄 아널드 호주 감독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국제축구연맹(FIFA)이 논의를 통해 출전 규정을 24세 이하로 변경해야 한다. 예선 통과를 위해 헌신한 선수들이 본선도 뛸 수 있어야 공평하다”라고 말했다. 23세 이하 대표팀을 이끌고 다양한 국제 대회에 참가하며 조직력을 다져온 일본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본 NHK는 “네덜란드 리그에서 뛰는 나카야마 유카(23) 등 해외파들이 올림픽에 참가하지 못할 수도 있다. 대표팀 관계자들이 규정 변경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참가 연령 변경 여부에 대한 IOC와 FIFA의 공식적인 입장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시에 향후 참가 연령 확대를 위한 공동 대응 가능성에 대비해 다른 국가들의 동향을 살피고 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2020 도쿄올림픽#올림픽 남자 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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