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선수에 그 전술… 창의성 없는 벤투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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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축구대표 전술 운용 논란
북한-레바논전 선발 2명만 교체
빌드업 통한 점유율 높이기 고집… 상대 수비에 막혔을때 플랜B 없어

한국 축구대표팀의 공격수 손흥민(가운데 7번) 등이 14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H조 4차전이 0-0 무승부로 끝나자 아쉬워하고 있다. 반면 안방에서 아시아의 강호 한국을 상대로 패하지 않은 레바논 선수들(왼쪽)은 경기 결과에 만족한 듯 환호하고 있다. 베이루트=뉴시스
한국 축구대표팀의 공격수 손흥민(가운데 7번) 등이 14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H조 4차전이 0-0 무승부로 끝나자 아쉬워하고 있다. 반면 안방에서 아시아의 강호 한국을 상대로 패하지 않은 레바논 선수들(왼쪽)은 경기 결과에 만족한 듯 환호하고 있다. 베이루트=뉴시스
전력을 다듬는 데 필요한 과정일까, 융통성이 없는 것일까.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사진)의 전술 운용이 논란을 부르고 있다. 대표팀은 14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4차전에서 레바논과 0-0으로 비겼다. 2승 2무(승점 8)로 선두를 유지했지만 레바논 북한(이상 승점 7) 투르크메니스탄(승점 6)과의 승점 차는 크지 않다.

벤투 감독은 “경기력이 좋지 못했다”고 자인하면서 경기 부진과 관련된 레바논 기자의 질문에 “만약 한국에서 경질되면 알려 주겠다”는 말도 했다. 벌써부터 경질론이 나올 만큼 분위기가 좋지 않다.

벤투 감독은 좀처럼 베스트 11을 바꾸지 않는다. 3차전 북한, 4차전 레바논과의 경기에서 선발 멤버는 2명만 바뀌었다. 수비수 김문환(부산) 대신 이용(전북), 미드필더 나상호(FC 도쿄) 대신 남태희(알 사드)를 출전시켰다.

한국은 그동안 황의조(보르도)와 손흥민(토트넘)을 투톱으로 쓰거나 황의조 원톱에 손흥민을 측면으로 돌리는 정도의 변화만 줬다. 포메이션 자체는 4-1-3-2, 4-4-2, 4-2-3-1 등을 선보였지만 큰 틀은 변하지 않았다. 여기에 기용되는 선수들이 고정되면서 벤투호의 전체적인 모습은 경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벤투호 전술의 핵심은 후방 빌드업을 통해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미드필드에서의 교란작전을 통해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멀티플레이에 능한 이재성(홀슈타인 킬) 나상호 황인범(밴쿠버 화이트캡스) 등이 위치를 바꾸면서 이런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같은 스타일을 고집하면서 한국은 플레이가 예측 가능한 팀이 됐다. 상대가 빌드업을 방해하거나 미드필드에서 압박을 강화하면 활로를 찾지 못한다.

선수 기용에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은 전술 운용의 폭이 좁다는 뜻이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비슷한 전술만 쓰게 되면서 창의성이 사라졌다. 특히 상대에 따른 맞춤형 선발이나 허를 찌르는 기용은 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벤투 감독이 이상적인 전술 시스템을 머릿속에 그려 놓고 선수들을 이에 맞추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유럽에서 유행하는 점유율 축구만 고집하며 시스템에 선수들을 맞출 것이 아니라 한국 대표팀의 특성과 선수들의 장점을 살리는 전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국은 19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브라질과 평가전을 치른다. 올해 2차 예선 일정은 모두 끝났고 내년 3월 26일 투르크메니스탄, 3월 31일 스리랑카, 6월 4일 북한, 6월 9일 레바논과 남은 경기를 치른다. 스리랑카전을 빼고는 모두 안방경기다.
 
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
#파울루 벤투#축구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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