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서울 박주영이 보여준 베테랑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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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16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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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박주영. 스포츠동아DB
서울 박주영. 스포츠동아DB
15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하나원큐 K리그1 2019’ 29라운드 홈경기를 앞둔 FC서울 최용수 감독의 입가에는 알듯 말듯 옅은 미소가 번져 있었다. 모처럼 선발 라인업이 베스트 자원으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K리그2 아산 무궁화에서 병역의무를 마치고 컴백한 이명주(29), 주세종(29)이 중원에 나섰고, 토종 스트라이커 박주영(34)이 최전선에서 ‘세르비아 폭격기’ 페시치와 짝을 이뤘다.

누군가의 표현처럼 서울은 “베스트11만 놓고 보면 (1·2위 다툼을 벌이는)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에 버금가는 수준”이 됐다. 아니나 다를까. 서울은 전반까지 0-1로 끌려가다 후반전 대반격을 펼치며 3-1 역전승을 챙겼다. 이기고 있어도 불안하고, 지고 있으면 더 주저앉을 것 같은 기존의 불편한 기류는 더 이상 감지되지 않았다.

넓은 활동 폭으로 인천을 괴롭힌 중원 콤비의 역할도 대단했지만 부상을 털고 팀에 합류한 박주영의 퍼포먼스는 놀라웠다. 지난달 11일 강원FC전 이후 잠시 전열을 이탈한 그는 한 달여 만의 복귀무대에서 1골·2도움으로 ‘축구 천재’의 면모를 120% 발휘했다. 스코어 1-1에서 고요한이 얻어낸 페널티킥(PK)을 성공시켰고, 주세종의 동점골과 정원진(25)의 쐐기포까지 어시스트했다. 남다른 볼 궤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올 시즌 7골·7도움.

그러나 박주영의 역할은 단순히 ‘선배 선수’에 머물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힘과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는 베테랑이다. “재활은 잘됐는데 공백기가 있어 완벽한 경기력은 아닐 것”이라며 상태를 전한 최 감독은 “위닝 멘탈리티를 심어줄 수 있다”고 투입 배경을 전했다.

박주영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많은 동료·후배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우수한 커리어를 보유한 선수답게 벤치의 철학을 가장 잘 구현해낸다. 최 감독은 “단순히 사제의 관계가 아닌, 존중으로 서로를 대하고 있다. 과제를 내주면 기가 막힐 정도로 잘 수행한다. 이런 선수와 함께하는 지도자는 행운”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물론 박주영은 만족하지 않는다. 사실상 우승은 버거워 보이지만 하위권을 전전한 지난 시즌의 아픔을 털어내고 자존심을 완벽히 회복하려면 서울은 보다 높은 위치에 서야 한다. 박주영은 “서울은 항상 이길 수 있도록 공격적인 축구를 해야 한다. 특히 홈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여 결과를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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