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전 앞에서 쉼표…서울 ‘미니 전훈’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 뉴스1
  • 입력 2019년 9월 16일 11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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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지난 5일과 10일(한국시간) 각각 조지아와의 평가전과 투르크메니스탄과의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1차전을 치를 때 K리그는 잠시 휴식기를 가졌다. 참고로 FIFA가 미리 정해놓은 ‘A매치 데이’에는 K리그 뿐 아니라 전 세계 리그들이 중단된다.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19’ 29라운드 FC 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서울 박주영이 1-1로 맞선 후반 23분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킨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News1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19’ 29라운드 FC 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서울 박주영이 1-1로 맞선 후반 23분 페널티킥 골을 성공시킨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News1
정규리그 막바지 레이스를 준비해야하는 K리그 클럽들로서는 유용한 시간이었다. 휴식도 취하고 또 집중 담금질도 실시했다. 그중에서도 FC서울은 이 시간을 아주 특별하게 썼다.

A매치 브레이크 직전까지 FC서울은 전북현대와 울산현대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었다. 시즌 초반부터 계속 지켜오던 자리다. 하지만 한때 두 팀과 묶여 ‘3강’을 형성하던 것과는 달리 시나브로 ‘3위’로 떨어지던 분위기였다. 휴식기 전까지 4경기에서는 2무2패로 부진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용수 서울 감독은 ‘강릉 전지훈련’을 선언했다. 밖에서 봤을 때는 부진한 성적에 대한 질책과 함께 단기간 강도 높은 훈련으로 선수들의 정신을 무장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할 수 있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완전 딴판이었다.

FC서울 사정에 밝은 한 축구 관계자는 “서울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강릉으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최용수 감독과 코칭스태프, 선수단 전원이 참석한 것은 물론이고 구단 사장과 단장까지 함께 했다”면서 “2박3일 동안 강릉으로 다녀왔다”고 귀띔했다.

주목할 것은 ‘2박3일’이라는 기간이다. A매치 휴식기가 근 열흘 이상이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2박3일은 너무 짧은 시간이었다. 관계자는 “훈련보다는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다더라”라며 웃었다. 관계자의 말대로 훈련보다는 ‘단합’에 방점을 찍은 일정이었다.

관련한 질문에 서울 구단 관계자는 “최용수 감독님을 비롯한 모든 선수단이 2박3일 동안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마음껏 웃고 떠들었다”고 말한 뒤 “감독님이 제안했고 감독님이 큰 그림을 다 그렸다”고 소개했다.

이어 “훈련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감독님의 초점은 훈련보다는 선수들의 에너지 충전에 맞춰져 있던 것 같다. 저녁에 호텔 강당에 둘러앉아 레크리에이션도 하고 웃음꽃을 피웠다. 새내기 선수들의 장기자랑도 빠지지 않았다. 사장-감독-고참-후배의 경계를 허물고 모두 크게 웃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었다.

시즌 막바지를 향하는 중요한 시점에 ‘MT’ 같은 전훈이 의외라 판단되나, 최용수 감독은 시즌 초반에 세운 기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자리로 만든 셈이다.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19’ 29라운드 FC 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3-1 승리를 이끈 서울 최용수 감독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 News1
1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19’ 29라운드 FC 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3-1 승리를 이끈 서울 최용수 감독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 News1
최 감독은 올해의 목표를 우승을 비롯한 성적이 아니라 ‘서울다움을 되찾는 것’과 ‘팬들을 위한 경기’ 등으로 잡았다. 지난해 강등권인 11위까지 추락했던 것에 대한 ‘빚’을 갚고 다시 태어나는 일종의 원년으로 삼았다.

하지만 특별한 선수 보강 없이도 시즌 내내 3위를 지키며 여기저기서 기대치가 높아졌는데, 이럴 때 오히려 ‘내려놓음’과 ‘비움’을 한 번 더 강조한 최용수 감독이다. 일단 판단은 결실로 맺어졌다.

FC서울은 지난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인천을 상대로 ‘경인더비’를 펼쳤다. A매치 휴식기 후 첫 경기였고 강릉 ‘단기 전훈’ 후 첫 경기였다. 결과는 3-1 승리였다. 먼저 실점을 내줬으나 서울은 강등권 인천보다 더 절실하게 달려들었고 승부를 뒤집었다. 내용도 스코어도 팬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시즌은 끝나지 않았고 서울의 2019년 마지막이 어떻게 기록될 것인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행보만으로도 FC서울의 2019년은 꽤 흥미롭다. 치열한 막판 레이스 직전에 ‘쉼표’를 찍은 최용수 감독의 선택이 또 흥미롭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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