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경쟁 운운에 ‘버럭’…최용수는 아직 아프고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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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6월 24일 1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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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대구 북구 고성동 대구FC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19’ 대구FC와 FC서울의 경기에서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 News1
22일 오후 대구 북구 고성동 대구FC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19’ 대구FC와 FC서울의 경기에서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생각에 잠겨 있다. © News1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다. 과거 스트라이커 데얀(현 수원삼성)이 FC서울에서 전성기를 보내고 있을 때의 작은 에피소드 하나를 전한다. 현역 시절 공격수 최용수와 데얀을 비교해달라는 말에 최 감독은 “모든 것에서 데얀이 낫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나 단 하나만은 부족함을 거부했다.

그는 “승부 근성, 골 욕심은 내가 더 강했던 것 같다. 박스 안에서는 내가 최고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내가 해결해야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대표팀에서도 그랬다. 옆에 (황)선홍이 형이 있어도 보이지 않았다”는 말로 목마른 골잡이었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그 본능은 지도자로 변신한 뒤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지도자가 지는 것을 좋아하고 밋밋한 성적에 만족할까마는, 최용수 감독만큼 욕심 많은 지도자도 드물다. 물론 2019년 그는 ‘마음을 비웠다’고 시즌 개막부터 지금까지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지도자가 욕심을 비워내는 것과 달리 팀은 갈수록 속이 차고 있다. 성적은 나오고 여기저기서 심상치 않다는 평가도 들리고 있다. 내부에서도 조금씩 흥분기가 도는 모양새다. 그러자 최 감독이 불 같이 화를 냈다. 아직 그럴 때가 아닌 까닭이다. 승부사 최용수 감독은 아직 많이 아프고 아직도 배 고프다.

FC서울이 지난 22일 오후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17라운드 대구FC와의 원정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자신들을 뒤쫓는 4위와의 승부였고 특히 ‘대팍’이라 불리는 홈구장에서는 올 시즌 4승4무로 패배가 없던 대구였기에 일찌감치 힘든 경기가 예상됐는데, 예상보다도 어려웠던 승부였다.

22일 오후 대구 북구 고성동 대구FC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19’ 대구FC와 FC서울의 경기에서 2-1 원정경기 승리른 거둔 서울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News1
22일 오후 대구 북구 고성동 대구FC 홈구장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프로축구 ‘하나원큐 K리그1 2019’ 대구FC와 FC서울의 경기에서 2-1 원정경기 승리른 거둔 서울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News1
시종일관 경기를 주도한 쪽은 대구다. 하지만 서울이 전반 34분 알리바예프의 선제골과 전반 40분 정현철의 추가골로 후반 7분 황순민이 1골을 만회한 대구를 2-1로 꺾었다. 경기 막판까지 파상공세를 펼친 대구로서는 골대 불운과 유상훈 골키퍼의 선방 등을 떠올리며 아쉬움이 짙어질 승부였다.

그래서 서울 입장에서는 더 귀한 승점 3점이었다. 올 시즌 FC서울의 ‘제1 콘셉트’인 간절함과 절실함으로 모든 선수들이 한발 더 뛰면서 원정 승리를 챙겼다. 이날 대구의 경기력은, 17라운드를 통틀어도 손꼽히는 수준이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서울의 승리는 더 값졌다. 어지간한 힘으로 두들겨도 밀리지 않는 팀이 됐다.

이 승리와 함께 서울은 11승4무2패 승점 37점으로 전북에 다득점에서 밀린 2위가 됐다. 물론 ACL 일정 때문에 1경기를 덜 치른 3위 울산(승점 36)까지 고려해야겠으나 확실한 3강을 구축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우승 경쟁도 가능하다는 소리도 들리는 수준이다.

관련해 FC서울 관계자는 “감독님이 그 이야기(우승 경쟁)만 들리면 펄쩍 뛰신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선수들에게 내린 금지어가 ‘우승’이라는 단어다. 괜한 설레발이나 경거망동 하지 말고 매 경기 간절하게 뛰라는 이야기만 하신다”고 전했다.

최용수 감독 입장에서도 지금 흐름이 좋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아직 플레이 자체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게 자신의 냉정한 평가. 경기력의 힘으로 극복할 단계가 아닌데, 다 되지도 않은 밥에 코 빠뜨리지 말자는 게 최 감독의 마음가짐이다.

지난해 막바지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하기 위해 백의종군 자세로 지휘봉을 잡았다가 너무도 무기력해진 분위기 속에서 함께 지옥 문턱을 경험했던 최 감독은 그때의 아픔을 절대 잊지 못한다고 했다. 언젠가 그는 “축구인생에서 그런 경험은 없었다”고 이를 악물었다.

어제를 잊지 않기에 2019시즌 낮은 자세로 도전하고 있다. 그때를 기억하기에 미리 터지는 샴페인은 없다. 2019시즌 최용수의 FC서울은 그래서 더 무섭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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