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석의 팁인] 리그 조기 종료 WKBL, 최종 성적은 꼭 필요했을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3월 23일 14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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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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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은 20일 이사회를 개최해 ‘하나원큐 2019~2020 여자프로농구’를 조기에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더 이상 정상적인 경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정규리그 잔여 게임뿐 아니라 플레이오프도 치르지 않기로 했다. 그 후속 조치로 이사회는 정규리그가 중단한 시점에서의 각 팀 성적을 최종 정규리그 성적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1위를 달리고 있던 아산 우리은행에게 정규리그 우승 자격이 주어졌다. 챔피언결정전 우승팀은 공석으로 남겨뒀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정규리그 잔여 경기를 모두 소화하지 않았고, 소화했을 경우 팀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존재하는데 인위적으로 최종 순위를 결정했어야만 했을까’라는 대목이다. WKBL 정규리그는 팀당 2~3경기만을 남겨둬 잔여 경기수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잔여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순위를 확정한 팀은 6개 구단 중 한 팀도 없었다. 1위 우리은행이 2위 청주 KB스타즈에게 1.5경기차로 앞섰지만 1위 확정은 아니었다. 3~6위는 더 치열했다. 잔여 경기 결과에 따라 6위도 3위 혹은 4위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

WKBL 이사회가 최종 순위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차기 시즌 외국인선수와 신인드래프트 선발권을 위한 확률 추첨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기존의 규정대로 직전 시즌 팀 성적에 따른 1순위 선발 확률을 각 팀에 차등 분배하기 위함이다. 이 외에는 순위를 결정해야 할 마땅한 이유가 없었다. 시즌 자체를 인정하기 위해 최종 순위가 필요했을 수 있다. 그러나 경기를 정상적으로 다 소화하지 못했는데 시즌을 인정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 문제는 여자프로농구에만 닥친 현실은 아니다. 남자프로농구도 여전히 중단된 상황이다. 재개를 고려하지만 사회적인 상황 자체가 여의치 않다. 국내뿐 아니라 리그를 한창 진행하다 중단된 해외 프로리그에서도 시즌 종기 종료를 선언했을 때 각 팀의 성적을 인정할 것인가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그만큼 예민한 문제다. 어떤 결정이 내려지냐에 따라 원치 않지만 최하위의 불명예를 감수해야 하고, 성적에 따른 결과를 책임져야 하는 지도자가 다수 나올 수 있다.

WKBL은 이번과 같이 정상적으로 시즌을 마치지 못했을 경우 성적 인정 여부에 대해 재차 논의해 명문화한다는 방침이다. 인위적으로 팀의 성적을 결정하는 게 타당한지부터 검토해봐야 할 듯 하다.

최용석 스포츠부 차장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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