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하는 토종, 희생하는 외인’ KCC의 신개념 농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10월 16일 06시 30분


전주 KCC 송교창(왼쪽)-조이 도시. 사진제공|KBL
전주 KCC 송교창(왼쪽)-조이 도시. 사진제공|KBL
농구는 희생이 필요한 스포츠다. 경기당 20점 이상을 책임지는 스코어러가 수비까지 소화하기에는 체력 부담이 크다. 이들을 대신해 상대 주요 공격수를 막거나 스크린을 걸고 리바운드 싸움을 하는 ‘블루컬러 워커’가 필수다. 국내 지도자들은 이를 ‘궂은 일’이라고 표현한다.

국내프로농구에서 득점은 주로 외국인선수가 담당한다. 궂은 일을 하는 ‘희생’은 국내선수의 몫이다. 전주 KCC는 반대다. 국내선수의 득점을 돕기 위해 외인들이 희생한다.

KCC는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초반 4경기(3승1패)에서 경기당 88.5점을 기록 중이다. 서울 SK(평균 88.6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득점이다.

고득점 팀이지만, 외인 2명(리온 윌리엄스·조이 도시)의 득점 합계는 평균 18.7점에 불과하다. 윌리엄스가 평균 14.8점, 도시가 평균 4.3점이다. 둘의 득점을 합쳐도 득점랭킹 5위 안에 들지 못한다. 대신 송교창(평균18.5점), 김국찬(평균13.3점), 이정현(평균12.0점) 등 국내선수들의 득점이 높다. 송교창은 전체 득점 6위다.

KCC 팬들은 빈약한 외인 득점에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특히 도시의 경우 손쉬운 골밑 득점을 놓치는 경우도 다반사다. 팬들과 달리 전창진 감독(56)을 비롯한 KCC 코칭스태프는 외인 영입이 아직까지는 만족스럽다.

골밑이 약한 KCC는 애초부터 리바운드와 골밑 수비에 강점이 있는 선수를 원했다. 윌리엄스(평균8.75리바운드·8위)는 KBL에서 검증된 리바운더다. 도시(평균9.75리바운드·4위)는 ‘궂은 일’로 미국프로농구(NBA) 무대를 밟은 선수다. 득점력이 아쉬워도 리바운드와 스크린, 골밑 수비만큼은 최고다. 국내선수들의 든든한 보디가드인 셈이다.

물론 우려는 있다. 시즌이 진행될수록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진다. 확실하게 득점을 책임질 외인이 필요할 시기가 반드시 온다. 윌리엄스와 도시에 대한 만족도가 지금과 같을 수는 없다.

다만 국내선수를 살리기 위해 외인들이 희생하는 KCC의 ‘신개념 농구’는 올 시즌 초반 프로농구계에 ‘국내선수도 공격 역할을 부여받으면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다’는 잔잔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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