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이정후’는 ‘1994 이종범’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9월 9일 05시 30분


프로 3년차를 맞이한 키움 3번 타자 이정후는 ‘이종범의 아들’이 아닌, 당당한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리드오프·중심타선을 가리지 않고 맹활약하는 그는 1994년 해태 소속으로 196안타를 때린 아버지의 뒤를 따라 최다안타왕을 꿈꾸고 있다. 만약 올 시즌 이 부문 타이틀을 얻으면 KBO리그 첫 ‘부자 타이틀 홀더’로 나란히 이름을 올리게 된다. 사진은 8일 광주 KIA전에서 타격 후 질주하고 있는 이정후의 모습. 그는 이날 4안타를 몰아쳤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프로 3년차를 맞이한 키움 3번 타자 이정후는 ‘이종범의 아들’이 아닌, 당당한 홀로서기를 하고 있다. 리드오프·중심타선을 가리지 않고 맹활약하는 그는 1994년 해태 소속으로 196안타를 때린 아버지의 뒤를 따라 최다안타왕을 꿈꾸고 있다. 만약 올 시즌 이 부문 타이틀을 얻으면 KBO리그 첫 ‘부자 타이틀 홀더’로 나란히 이름을 올리게 된다. 사진은 8일 광주 KIA전에서 타격 후 질주하고 있는 이정후의 모습. 그는 이날 4안타를 몰아쳤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아버지의 그늘은 벗어난 지 이미 오래다. 이제는 단순히 뒤를 따르는 것을 넘어 어깨를 나란히 하며 부자(父子)의 뜻깊은 대기록까지도 넘보고 있다.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21)는 데뷔 초만 해도 늘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녔다. 한 시대를 풍미한 최고 프로 선수의 아들. 같은 종목에서 ‘레전드’ 아버지를 둔 것은 프로 2세에게 그리 반가운 일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정후는 이종범의 아들이라는 수식어를 꺼려하지 않았다. 늘 아버지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저야 영광이죠”라는 말을 반복했다. 아버지의 영광을 단숨에 뛰어 넘으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이정후는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2017년 입단 후 그해 신인왕을 거머쥐며 화려한 시작을 알렸고, 2년 차였던 지난해에는 0.355의 고타율로 타격왕 경쟁에도 가세했다. 어느 순간부터 ‘이종범의 아들 이정후’가 아닌 ‘이정후의 아버지 이종범’이라는 말까지 등장하기 시작했다.

팀 핵심으로 자리한 이정후는 3년 차인 올해에도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리드오프와 중심타선을 가리지 않는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도 6타수 4안타 3타점 2득점의 맹활약을 펼치며 2위 싸움을 하고 있는 키움에 13-3, 귀중한 1승을 안겼다. 시즌 성적은 130경기 출장에 타율 0.335(537타수 180안타), 6홈런, 67타점, 84득점.

가장 눈길이 가는 기록은 역시 최다안타다. 이정후는 최근 10경기에서 무려 16안타를 생상하며 최다안타 부문 단독 단독선두를 달리고 있다. 2위인 두산 베어스 외국인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175안타)와의 격차를 벌리며 최다 안타왕 타이틀을 정조준하고 있다. 키움이 두산보다 잔여경기가 많지 않기 때문에 수성은 쉽지 않다. 그러나 최근 이정후의 뜨거운 타격감이라면 격차가 더 벌어지지 말란 법도 없다.

이 때문에 더욱 주목을 받는 부문은 바로 ‘부자 최다안타 타이틀’ 달성 여부다. 이종범은 1994년 그야말로 발군의 기량을 과시했다. 해태 소속으로 124경기에 출전해 타율 0.393(499타수 196안타), 19홈런, 77타점을 기록해 그해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거머쥐었다. 이 속에서 물론 최다안타 타이틀까지도 챙겼다.

이정후가 올해 최다안타 타이틀을 차지한다면 KBO리그 첫 ‘부자 타이틀 홀더’가 된다. 나아가 아버지의 196안타까지 뛰어 넘는다면, 아들로서 아버지를 넘어서는 큰 의미를 갖게 된다. 물론 이종범은 당시 126경기 체제에서 196안타를 기록한 것이라 순도 면에서는 이정후가 그를 따라갈 수 없다. 그러나 당시보다 훨씬 많은 정규시즌 경기수(144경기)를 체력적으로 큰 문제없이 소화했다는 것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이정후는 후반기가 시작되기 전 “최다안타와 200안타는 너무도 먼 얘기다. 일단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을 해 놓은 다음, 따라오는 결과를 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기록에 도전하겠다는 3년 차 어린 야수의 도전은 시즌 말미까지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그 속에서 펼쳐지는 과거 아버지와의 보이지 않는 경쟁도 야구팬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하고 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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