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리빌딩 아닌 리모델링? 시간과 인내 필요한 롯데의 개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9월 9일 05시 30분


코멘트
롯데 성민규 신임 단장. 스포츠동아DB
롯데 성민규 신임 단장. 스포츠동아DB
파격적인 ‘30대 단장’ 선임을 통해 롯데 자이언츠가 얻을 수 있는 성과는 무엇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처럼 ‘무슨 일이 생길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다만 앞으로 짧게는 1년 정도 롯데가 걸어가는 길을 살펴보면 결과물의 윤곽과 더불어 성공 여부도 드러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 출신인 성민규 신임 롯데 단장(37)은 4일 취임 직후 “리빌딩이 아닌 리모델링으로 팀 체질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지만, 왜 굳이 리빌딩이 아닌 리모델링이란 표현에 방점을 찍었을까. 대폭적인 물갈이보다는 부분적인 보강을 ‘체질개선’의 씨줄과 날줄로 삼아 롯데를 재건하겠다는 얘기처럼 들린다.

메이저리그와 달리 KBO리그에선 트레이드가 활발치 않다. 트레이드를 매개로 한 대화가 드문 데다, 최종 성사까지는 도처에 악마가 도사린 디테일이 필요해서다. 한마디로 매물이 적어 시장 자체가 서기 어려운 구조다. KBO리그는 개인 간 물물거래 수준, 메이저리그는 대규모 상품거래가 이뤄지는 시장에 비유할 수 있다.

이런 차이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저변에서 기인한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자국은 물론 중남미와 아시아 시장에 설치한 파이프라인을 통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우수한 유망주들을 끊임없이 공급받는다. 그 덕에 드래프트와 트레이드에 기반한 리빌딩을 과감히 추진할 수 있다. 당장의 성적은 뒷전이다. 100패도 모자라 110패가 넘는 참담한 시즌 성적표를 손에 쥐는 팀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 구단은 탱킹(tanking·신인드래프트 상위지명권을 노려 고의로 지는 행위) 의혹을 감수하면서까지 리빌딩에 올인한다. 트레이드에도 적극적으로 달려든다. 상대팀의 구미를 당길 만한 선수들은 죄다 내다판다. 그렇게 굴욕에 가까운 시간을 지나 유망주 수집에 성공하면 본격적으로 챔피언에 도전한다. 대표적인 팀이 지금의 휴스턴 애스트로스임은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반면 KBO리그의 저변은 취약하다. 리그 전체가 늘 유망주에 목말라있다. 단기간이든 장기간이든 드래프트에 의지해선 원하는 전력을 만들 수 없다. 남은 방법은 트레이드뿐인데, 이마저 여의치 않은 이유는 역시 저변 때문이다. 자신도 어려운데 남을 돕는(?) 트레이드에 선뜻 응할 팀은 없다. 드래프트와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상승을 도모할 수 없는 곳이 KBO리그다.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의 상반된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성 단장이 굳이 리빌딩이 아닌 리모델링이란 표현을 쓴 이유일 것이다.

그 행간과 배경에 주목하면 롯데의 개혁은 단시일에 이뤄질 수 없는 목표임이 분명하다. 5위 안에만 들면 가을야구가 가능한 KBO리그의 속성상 당장 내년에라도 3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가능하다. 그러나 체질개선의 궁극적 목표가 1992년을 끝으로 끊긴 우승 영광의 재현과 지속적인 강팀의 구축에 있다면 성 단장의 현실인식과 진단처럼 시간은 꽤 필요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3위 돌풍을 일으키고도 올해는 롯데와 최하위를 다투고 있는 한화 이글스가 타산지석이다. 리빌딩이든 리모델링이든 시간과 인내는 필수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