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사슬 못 끊은 류현진, PS 앞두고 빨간불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9월 5일 16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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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LA 다저스 류현진(32)이 또 한 번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3전4기’를 기대했지만 다시 5회 이전 조기강판의 수모를 맛봤다. 포스트시즌(PS)을 앞두고 구위와 자신감 회복이 시급해졌다.

류현진은 5일(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4.1이닝 6안타 4볼넷 5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아웃카운트 2개만 더 채우면 4경기 만에 승리를 챙길 수 있었지만, 7-3으로 앞선 5회초 1사 1·2루서 좌완 애덤 콜라렉으로 교체됐다. 승패 없이 물러나 시즌 성적은 26경기에서 12승5패, 평균자책점(ERA) 2.45가 됐다. 여전히 메이저리그 전체 ERA 1위지만, 종전 2.35에서 또 상승했다. 류현진에 이어 4명의 불펜투수를 동원한 다저스가 7-3으로 이겼다.

● 3연속경기 5회 이전 조기강판

류현진은 지난달 12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홈)에서 7이닝 5안타 4삼진 무실점으로 12승째를 거머쥔 뒤로 깊은 부진의 늪에 빠졌다. 이날 콜로라도전까지 최근 4경기에선 승리 없이 3패, ERA 9.95다. 4.1이닝 9안타 3홈런 7실점에 그친 지난달 24일 뉴욕 양키스전(홈)부터는 3연속경기 5회 이전 조기강판이다.

이날은 작심한 듯 1회부터 적극적으로 패스트볼 계열(포심+투심+컷)의 공을 타자 몸쪽으로 붙였다. 1회 투구수 15개 중 슬라이더 1개만을 제외하곤 모두 패스트볼 계열이었다. 그러나 투구수 관리에 실패했다. 2회 23개, 4회 30개 등 4회까지 이미 투구수가 76개에 이르렀다. 8개의 공만 던진 3회를 포함해 매회 주자를 내보냈고, 볼넷은 올 시즌 한 경기에서 가장 많은 4개를 허용했다.

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냉정했던 로버츠 감독의 결정

팀 타선은 3회까지 일찌감치 5점을 지원해줬다. 그러나 4회초 선두타자였던 천적 놀란 아레나도(3번)를 8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출루시키면서 급격히 리듬을 잃었다. 1사 후 좌타자 라이언 맥매헌(5번)에게 맞은 2루타로 1점을 잃은 뒤 하위타선의 개럿 햄슨(7번)과 드루 부테라(8번)에게도 각각 볼넷과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다. 계속된 2사 1·3루선 대타 조시 푸엔테스에게 또다시 안타성 타구를 맞았으나, 좌익수 크리스 테일러의 호수비에 힘입어 추가 실점 위기를 벗어났다.

결국 5회초 1사 후 찰리 블랙먼~아레나도~이언 데스먼드에게 3연속안타를 맞자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덕아웃을 나와 류현진에게서 공을 건네받았다. 이미 아레나도 타석 때 릭 허니컷 투수코치가 급히 불펜으로 전화를 거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다음 타자 데스먼드에게 초구에 1타점 우전적시타를 내주자마자 지체 없이 강판을 결정했다.

● 사이영상이 중요치 않은 흐름

다저스는 9월 들어 PS에 대비한 마운드 운용을 실험하고 있다. 이미 선발 요원 마에다 겐타를 롱릴리프로 돌려 3일 콜로라도전에서 ‘1+1 선발’을 테스트했고, 그 앞뒤 경기는 선발에게 3이닝만 책임지게 한 뒤 중간투수들을 줄줄이 투입하는 ‘불펜데이’로 운용했다. 류현진, 클레이튼 커쇼, 워커 뷸러의 1~3선발을 제외한 모든 투수들을 대상으로 PS 때 부여할 역할을 점검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이날 류현진에게 조금의 미련도 보이지 않은 로버츠 감독의 모습은 의미심장하다. 류현진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고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지난 2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고 올해는 반드시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겠다는 로버츠 감독과 다저스 수뇌부의 의지가 읽힌다. 그러나 류현진을 PS에서 제대로 활용하려면 이날 콜로라도전과 같은 냉정한 교체 결정은 자칫 부메랑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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