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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원정’서 돌아온 태극전사들, 그들이 말하는 남북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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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원정’서 돌아온 태극전사들, 그들이 말하는 남북전은?

정윤철기자 , 이원주기자 입력 2019-10-17 19:45수정 2019-10-17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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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한국 축구대표팀이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 News1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너무나 큰 수확이라고 생각해요.”

17일 새벽 ‘평양 원정’을 마치고 귀국한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27·토트넘)은 한숨을 내쉰 뒤 이렇게 말했다. 승리를 잃었지만(0-0 무) 부상을 피하는 소득이 있었다고 비꼬았다.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무관중 무중계의 ‘깜깜이’로 치러진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남북전을 마치고 돌아온 선수단은 북한의 플레이가 거칠었다고 입을 모았다. 최영일 한국 단장은 “전쟁을 치르는 듯했다. 북한 선수들이 팔꿈치를 휘두르고, 공중볼 경합 때는 무릎을 들이밀었다”고 말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3위 북한은 한국(37위)보다 열세인 전력을 강한 “싸움을 통한 신경전으로 극복하려 했다. 양 팀이 2장씩 경고를 받은 가운데 북한의 거친 플레이를 주심이 자제시키느라 경기가 자주 중단됐다. 한국 에이스로 집중 견제를 당한 손흥민은 ‘거친 말이 있었나’라는 질문에 ”거짓말을 하면 안 되는 선수로서… 북한 선수들이 우리에게 심한 욕설을 했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했다. 작전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경기 중 한국 미드필더 황인범(23·밴쿠버 화이트캡스)이 북한 선수에게 가격 당하자 양 팀 선수들이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도 벌어졌다. 수비수 김문환(24·부산)은 ”북한은 공과 상관없이 사람을 보고 달려들었다. 북한 한광성(21·유벤투스)과 “싸움을 하다 같이 넘어졌는데 일어나서 어깨를 밀치고 갔다. 형들이 ‘북한 애들이 우리를 흥분시키려고 그런다. 말려들지 마라’고 얘기해 감정을 절제했다”고 말했다.
대한한국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17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인터뷰를 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H조 3차전에서 북한과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 News1

5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이 텅 빌 줄은 선수들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손흥민은 “당황하기보다는 (북한이) 우리를 강팀으로 생각하는구나 싶었다. 사실 경기에 졌을 때의 피해는 북한도 크지 않나”라고 말했다. 당초 이 경기는 손흥민과 북한 유망주 한광성의 골잡이 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손흥민은 “한광성은 눈에 잘 띄지 않았다”고 했다. 경기 후 유니폼 교환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는 “굳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한국은 미국 브랜드 나이키의 유니폼을 입기 때문에 대한축구협회는 대북 제재 위반을 우려해 선수들의 유니폼 교환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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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순안공항에서의 장시간(2시간 30분)에 걸친 입국 등 북한으로부터 ‘진 빼기’ 대우를 받은 선수들은 휴대전화 반입 금지, 곳곳에 배치된 북한군의 통제 등으로 2박 3일간 철저히 고립됐다. 하지만 선수들은 긍정적 생각으로 어려움을 극복했다. 손흥민은 “잠을 많이 잘 수 있어 좋았다. 선수들끼리 전술에 대해 토론하고 재밌는 얘기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문환은 “16일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대사관에 맡겨놨던 휴대전화를 돌려받고 전원을 켜니 수많은 메시지가 들어와 있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며 웃었다. 수비수 김민재(23·베이징 궈안)는 “북한에서 휴대전화는 사용하지 못했지만 스태프가 준비한 자명종 시계 덕분에 제 시간에 벌떡 일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내년 6월 4일 열리는 북한과의 2차 예선 안방경기에서 실력으로 상대를 완벽히 제압하겠다고 했다. 북한 선수에게 가격을 당했던 황인범은 “이번 경기는 지지 않고 왔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만한 분위기였다. 우리가 거칠었던 평양 원정에서 느낀 것이 무엇인지를 안방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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