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피에스타] 친구까지 강하게 키운 고우석, 자신의 시리즈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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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10일 16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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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고우석. 스포츠동아DB
LG 고우석. 스포츠동아DB
# 어쩌면 시작부터 ‘고우석 시리즈’였다. 준플레이오프(준PO) 개막 하루 전인 5일, 이정후(21·키움 히어로즈)는 경계 대상으로 동갑내기 절친 고우석(21·LG 트윈스)을 꼽았다. 이정후는 “(고)우석이가 NC 다이노스와 와일드카드(WC) 결정전에서 긴장한 것 같다. 본인은 아니라는데 얼굴에 쓰여 있었다”고 도발(?)했다. 고우석은 WC 3-1로 앞선 9회 등판해 1사 만루 위기를 허용했지만 실점 없이 첫 포스트시즌(PS) 세이브를 기록한 바 있다.

# 이정후가 읽은 긴장감은 곧바로 결과로 이어졌다. 고우석은 1차전 0-0으로 맞선 9회 구원등판해 박병호에게 초구 끝내기 홈런을 맞았다. 역대 포스트시즌(PS) 최소 투구 패배(1구)였다. 2차전에서도 불안감은 지워지지 않았다. 4-3으로 앞선 9회 등판했지만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동안 3안타 1볼넷으로 1실점했다. 결국 1차전 끝내기 홈런을 맞은 박병호 앞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류중일 LG 감독은 “그래도 (고)우석이는 10년 이상 LG를 이끌 투수다. (박)병호를 상대시킬걸 그랬다”며 아쉬워했다. 3차전을 앞두고도 “(마무리) 상황이 되면 고우석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최일언 투수코치도 고우석, 김대현, 정우영을 불러 “너희는 내 자부심”이라고 칭찬했다.

# 그리고 3차전. 고우석은 4-2로 앞선 9회에 다시 등판했다. 4사구 2개로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실점은 없었다. 속구 위주의 패턴에서 슬라이더를 주무기로 꺼내들었고, 이게 주효했다. 경기 후 그는 “내가 감독이었어도 나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만큼 믿어주신 류 감독님과 최 코치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PS에서 기록한 1패, 1블론세이브, 그리고 2세이브. 어느 한 경기도 순탄하진 않았다. 그러나 고우석은 그렇게 경험이라는 자산을 얻었다.

# 류 감독과 최 코치는 흔들리던 고우석을 강하게 키웠다. 도망가는 대신 정면으로 붙였다. 이는 고우석의 지인들도 마찬가지였다. 고우석은 “친구들이 나에게 연락해 위로하는 대신 ‘욕먹을 만하다’고 따끔히 질책했다”고 털어놨다. 지인들도 날카로운 지적에도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친구는 “원래 네가 그런 선수가 아닌데 너답지 못했던 것 같다”며 “술이 없이는 잠을 못 자겠다”고 했단다. 정작 고우석이 숙면을 취했던 것과 딴판이지만, 고우석은 LG 벤치와 팬,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강한 메시지에 결국 응답했다.

# 고우석의 지인들은 1차전 후 그에게 “완전히 ‘고우석 시리즈’가 되고 있다”는 연락을 보냈다. 실제로 미디어데이부터 LG의 2패, 그리고 힘겨운 1승까지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그에게 향했다. 이 과정에서 고우석은 마무리투수에게 어울리는 ‘타고난 배짱’을 증명했다. LG는 준PO 결과와 무관하게 류 감독의 말처럼 10년 이상 팀을 이끌 투수를 얻은 듯하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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