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지기’ 최태웅·석진욱·장병철 “눈빛만 봐도 압니다”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10일 15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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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지기’ 최태웅(현대캐피탈)·석진욱(OK저축은행)·장병철(한국전력) 감독의 추억 나누기에 웃음꽃이 피었다. 세 사령탑들은 본격적인 지략 대결에 앞서 화끈한 입담으로 미디어데이 분위기를 휘어잡았다.

한국배구연맹은 10일 강남구 호텔리베라에서 도드람 2019~2020 V-리그 남자부 미디어데이를 개최했다. 세 감독들은 현대캐피탈, OK저축은행, 한국전력의 수장 자격으로 참석해 이틀 앞으로 다가온 새 시즌에 대한 출사표를 밝혔다.

1976년생 동갑내기인 세 감독의 끈끈한 우정은 이미 배구계에 널리 알려졌다. 초중고를 같이 다니면서 자연스레 가까워진 이들은 나란히 삼성화재에 입단해 왕조 건설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먼저 감독으로 자리를 잡은 이는 최 감독이다. 2015년 4월 현대캐피탈 사령탑에 오른 최 감독은 팀의 10년 무관을 끊어내며 명장의 반열에 등극했다.

석 감독과 장 감독은 후발주자로 친구 최 감독의 뒤를 따른다. 석 감독과 장 감독의 가세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꿈을 키워온 3인방은 7명에게만 허락되는 남자 프로배구 감독직의 세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이들에게 ‘서로를 상대로 올 시즌 몇 승을 거두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주어졌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석 감독은 “친구는 친구고, 경기는 이기려고 하는 것이다. 다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나도 두 친구에게 지고 싶지 않다. 모두 이기면 좋겠지만 최소한 4승2패씩을 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먼저 힘든 감독직을 경험한 최 감독은 “우리팀한테 너무 심하게 하지 말아라”며 넉살을 떨면서도 뼈 있는 말로 유경험자의 여유를 뽐냈다. 최 감독은 “아마 잠을 못 잘 것”이라면서 “무엇을 하더라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 것이다. 그래도 소신을 갖고 끝까지 버텨라”고 조언했다.

무난한 질문으로 예열을 마친 세 감독들은 감독들간 자유질문 시간이 시작되자 본격적인 설전에 나섰다.

포문을 연 이는 최 감독이었다. 최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어려운 건 나만 시켰다. 내가 늘 리더였다. 이번에도 잘 따라올 것이다. 그렇지?”라며 두 사람의 얼굴을 슬쩍 쳐다봤다.

석 감독은 즉각 반발했다. “리더라면 끝까지 해야 하는데 바뀌더라. 우리 셋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재미가 없다”는 석 감독은 “술을 마셔도, 이야기를 해도 재미가 없다. 만날 때마다 배구 이야기를 한다. 참 재미없는 친구들”이라고 소개했다.
이대로 물러날 최 감독이 아니었다. 최 감독은 석 감독이 OK저축은행 코치로 몸담던 시절 자신에게 코치직을 제안했던 사실까지 폭로하며 석 감독을 압박했다.

최 감독은 “은퇴 하기 몇 년 전 석진욱 감독한테 전화가 왔다. ‘OK저축은행 코치로 오면 어떻겠느냐’라고 했다. ‘(너와) 같은 코치냐’고 물었는데 밑으로 들어오라더라. 그것만 아니었어도 바뀔 수 있었다”며 웃었다.

석 감독은 최 감독의 폭탄 발언에 당황하면서도 “최 감독의 좋은 것은 따라하려고 하는데 ‘저건 아니다’라고 생각될 때가 있다. 멘트할 때다. 닭살 돋는다. 조금만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맞섰다.

폭로에 열을 올린 두 사람과 달리 장 감독은 차분한 어조로 우정을 소개했다. “워낙 오래됐다. 예전에는 눈빛만 봐도 알았다. 기회가 된다면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앞으로도 우리 우정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감독의 발언에 “두 사람과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던 최 감독도 장 감독의 발언을 접한 뒤 머쓱해하며 “사실 나도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한편 2019~2020시즌 V-리그는 12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리는 현대캐피탈과 대한항공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6개월 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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