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사령탑, ‘유쾌한 추억’보다는 ‘혁신’이 필요할 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9월 22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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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스포츠동아DB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스포츠동아DB
이례적인 차기 사령탑 후보 공개. 쓸모없는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후보군을 둘러싼 소문은 불가피하다. 롯데 자이언츠는 유쾌한 추억과 혁신 사이에서 어느 쪽을 택할까.

롯데는 19일 ‘차기 감독 선임 프로세스’를 공개했다. 감독 선임은 구단을 둘러싼 여러 이슈 중 가장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철저히 비밀에 보장되는 게 그간의 관례였는데 롯데가 이를 깬 것이다. 외국인 감독을 후보군에 포함시킨 상황에서 이들의 면접을 진행하기 위해서 내린 가장 합리적 선택이었다. 후보자들의 원 소속구단의 허가가 필요했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추가적인 소문의 확대 및 재생산을 막기 위함이었다.

롯데가 공개한 세 명의 외국인 후보 모두 ‘지한파’다.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67)을 비롯해 LA 다저스 산하 트리플A 팀 오클라호마시티의 스콧 쿨바 타격코치(53), 캔자스시티 산하 싱글A 월밍턴 블루삭스의 래리 서튼 타격코치(49)가 그 대상이다. 쿨바는 1998년 현대 유니콘스, 서튼은 2005~2006년 현대, 2007년 KIA 타이거즈에서 활약한 바 있다. 이밖의 외국인 코치를 만나 추가 면접을 진행할 가능성은 현재로서 높지 않다. 공필성 감독대행을 비롯한 국내 지도자 여럿도 후보군에 포함돼 있지만, 현재 1순위는 외국인 사령탑 쪽이라는 이야기가 지배적이다.

롯데 팬들의 여론은 로이스터 전 감독의 이름을 가장 반기는 분위기다. 좋았던 추억 때문이다. 로이스터 전 감독은 2008년 롯데에 부임해 3년간 매년 팀을 준플레이오프에 이끌었다. 더 높은 곳을 지향했던 롯데는 2010시즌을 끝으로 그와 결별했지만, 화끈한 ‘노 피어’ 야구는 부산 사람들의 정서를 긁어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야구인들의 시선은 로이스터 전 감독 재부임에 회의적이다. 롯데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이른바 ‘8888577’로 대변되는 암흑기를 겪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러 유망주를 수급했고 1군 경험치를 쌓게 했다. 강민호(현 삼성 라이온즈), 장원준(현 두산 베어스) 등이 로이스터 부임 후 만개한 유망주다. 지금의 롯데는 당시와 사정이 다르다.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선수단의 틀을 새로 만드는 게 먼저다. 추억을 걷어내고 냉정히 현재만 판단해야 한다. 로이스터 전 감독은 KBO리그를 떠난지 9년이 됐음은 물론, 프로 무대 경력도 2015년 멕시코리그 티그레스 데 퀸타나 루 지휘봉을 잡은 게 마지막이다. ‘리모델링’의 기수 역할을 하기엔 현장 감각에 대한 우려가 따를 수밖에 없다.

스콧 쿨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스콧 쿨바.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때문에 다른 후보군, 특히 쿨바 코치의 주가가 상승하는 분위기다. 그는 2000년 상위 싱글A팀 감독을 시작으로 지도자 생활을 본격 시작했다. 이후 더블A, 트리플A 팀의 타격코치와 감독 등을 역임하며 타격 지도력을 인정받았고, 현재도 타격코치로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SK 와이번스가 트레이 힐만 감독의 후임을 물색할 당시에도 최종 단계까지 올랐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커리어의 지도자는 접촉부터가 쉽지 않다.

성민규 단장 체제로 새 닻을 올린 롯데의 혁신에 키잡이는 누가 될까. 이번주 귀국 예정인 성 단장의 어깨가 무겁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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