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마리 돼지사체 핏물에 임진강 비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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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군, 돼지열병 막으려 살처분… 매몰지 확보 늦어져 사체 쌓아둬
최근 내린 비에 침출수 대량 유출… 인근 임진강 상수원으로 유입 우려
농식품부 “규정 위반 살필 것”

10일 경기 연천군 중면의 임진강 상류 마거천 모습.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을 막기 위해 민간인출입통제선 안
 유휴부지에 쌓아 놓은 살처분 돼지에서 흘러나온 핏물이 유입되면서 강물이 붉게 변했다.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제공
10일 경기 연천군 중면의 임진강 상류 마거천 모습.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확산을 막기 위해 민간인출입통제선 안 유휴부지에 쌓아 놓은 살처분 돼지에서 흘러나온 핏물이 유입되면서 강물이 붉게 변했다. 연천임진강시민네트워크 제공
경기 연천군 일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을 막기 위해 살처분한 돼지 수만 마리의 처리가 늦어지면서 핏물 등 침출수가 대량으로 발생했다. 자칫 침출수가 근처 임진강으로 유입될 경우 상수원 오염마저 우려된다.

11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환경부 및 연천군 등에 따르면 10일 많은 비가 내리면서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쪽인 연천군 중면에 쌓여 있던 돼지사체 약 4만7000마리에서 핏물 등 침출수가 대량으로 유출됐다. 침출수는 근처 하천을 붉게 물들인 채 200m가량 흘러내려갔다.

앞서 연천군은 지난달 12일부터 이달 10일까지 ASF 확산을 막기 위해 관내 돼지 16만 마리를 예방적 살처분했다. 그러나 매몰지 확보가 늦어지면서 민통선 안에 돼지사체를 쌓아놓았다. 경기도와 연천군은 당초 매몰 대신 렌더링(rendering·고온으로 가열하는 방식) 처리를 계획했으나 살처분을 마무리하라는 농식품부 지시에 따라 작업을 서두른 것으로 전해졌다.

연천군 관계자는 “살처분 대상은 16만 마리가 넘는데 농식품부가 지난달 12일 시작한 살처분을 이달 9일까지 끝내라고 지시했다”며 “매몰지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방부가 제공한 민통선 내 군 유휴부지에 임시로 돼지사체 4만7000마리를 쌓아놓았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위에서 빨리 처리하라고 명령이 내려오는데 그 많은 양의 돼지를 어떻게 처리하겠나. 방법이 없었다. 군부대 땅이 없었더라면 큰 문제가 파생됐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근처 임진강 상수원 오염이 우려되자 연천군맑은물사업소는 이날 수질검사에 착수했다. 사업소 관계자는 “12일 중 상수원보호구역 상류 일대의 물도 채취해 검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직원들을 현장에 보내 상황 파악을 하고 있다”며 “살처분된 돼지를 매몰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이 같은 일이 발생했을 수 있는 만큼 매몰 규정 위반 여부 등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아형 abro@donga.com·강은지 / 세종=주애진 기자
#경기 연천#아프리카돼지열병#asf#돼지 살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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