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교외선’ 운행재개 힘 모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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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고양 양주 의정부시 협약… 능곡~의정부 31.8km 구간 역사
1980년대 MT-데이트 장소로 친숙… 이용객 점차 줄자 2004년 운행중단
道 “인근 대규모 택지개발 잇따라 사업 경제성 개선… 예타 통과 노력”

‘고양 벽제역, 양주 장흥역, 송추역….’

2004년 경기 북부의 동서구간을 연결하는 교외선(郊外線) 열차 운행이 중단된 뒤 현재 고양 능곡역∼의정부역 구간(31.8km) 10개 역사 중 8개 역사는 ‘폐역(廢驛)’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 구간은 1980, 90년대 대학생 수련모임(MT)과 연인 데이트 등으로 각광을 받았다. 벽제에서 갈비를 먹고 열차를 타고 장흥으로 이동해 야외 조각공원인 토탈미술관을 산책하며 커피를 마시는 게 흔한 남녀의 데이트 코스였다.

경기도가 고양시 의정부시 양주시와 함께 15년 넘게 중단된 교외선의 운행 재개와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 반영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도와 3개 시는 최근 ‘교외선 운행 재개 및 전철화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들 자치단체는 다음 달 국토교통부에 조기 운영 재개를 위한 공동 건의문을 전달하고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2021∼2030)’에 교외선 복선 전철화가 반영되도록 행정 지원 등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도는 현재 운행 재개에 따른 시설비 중 719억 원을 정부가 부담하고 운영비 113억 원은 도와 시군이 각각 부담하는 조건을 검토 중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북부 지역에 교외선은 꼭 필요한 사업”이라며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관광산업 활성화에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와 3개 기초단체가 교외선 철도망을 다시 이으려는 것은 기존 시설만 활용해도 상당한 수준의 교통 인프라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외선이 중단되자 고양 의정부 양주 등 북부 주민들의 불편은 가중됐다. 과거 교외선을 타고 고양 능곡역에서 의정부역까지 이동하면 33분가량 걸렸지만 현재 수도권 전철을 이용하면 2번이나 환승해야 한다(경의중앙→4호선→1호선). 시간도 1시간 반이나 소요돼 1시간 10분가량 걸리는 광역버스를 이용하는 게 낫다.

또 교외선이 경기도를 원형으로 동서남북을 연결하는 ‘수도권 순환철도망’ 구축에 꼭 필요한 노선이라 수도권 균형발전 등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정부도 수도권 순환철도망 구축을 위해 7803억 원의 예산을 들여 교외선을 복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역사 조정 등 일부 보완책은 필요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2년 비용편익비율(BC)은 0.68에 그쳤다. BC 기준치가 1을 넘어야 사업을 추진할 만한 타당성을 갖추게 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교외선 구간 일대에는 대규모 택지 개발이 잇따르고 있어 과거와 달리 경제성이 크게 향상됐을 것”이라며 “예비타당성 조사도 계획하고 있다. 국토부 및 고양·의정부·양주시와 긴밀하게 협의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제강점기부터 계획된 교외선은 1963년 8월 전 구간이 개통되면서 관광, 여객, 화물 운송 등 경기 북부 지역의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 다만 이용객 감소로 열차 운행이 중단된 뒤 현재 8개 폐역은 사실상 방치돼 있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교외선 통일호 열차는 당시 3량짜리 열차로 왕복 6회 운행했다”며 “자동차 대중화 등의 여파로 2003년 61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고 결국 운행이 중단됐다”고 말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교외선#운행재개#교통 인프라 개선#수도권 순환철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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